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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의 품격은 메달권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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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의 품격은 메달권 밖

입력
2010.02.1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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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서 국가의 메달 순위가 상위권에 들어간다면 수십억 달러 상품을 더 수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상화 선수가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에서 금메달을 따내자 한 기업의 관계자는 “금메달이 국격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전날 같은 종목 남자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에 이어 극적인 금빛 질주를 이어가자 해외 언론들은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선수들이 보여주는 빛나는 올림픽”이라고 칭찬했다. 하루 전 AP통신은 “한국 선수들이 ‘빅 오벌’에서도 매우 잘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빅 오벌’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인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을 지칭한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쇼트트랙뿐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 분야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약관의 젊은이들이 국가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격 제고 민간자문단 회의’가 떠올랐다. 그 자리에서도 국격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거론됐지만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제경기에서 메달을 따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국격 향상’을 생각하는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같은 시간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자조 섞인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세계적 수준에 왔는데 우리 정치가 따르지 못하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우리 정치도 품격을 높이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새해에는 여야 정치권이 ‘국격’에서 플러스 역할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뺄셈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치부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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