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21ㆍ한국체대)가 금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이상화의 가족과 지인 10여명이 모인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집은 떠나갈 듯했다. 이상화의 부모와 오빠, 지인 등은 텔레비전 앞에서 만세를 부르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메달을 기대하는 가족들은 이상화가 1차 시기 1위에 올랐을 때 잠시 흥분했지만, 이내 가슴 졸이며 2차 시기를 기다렸다. 순위가 확정되는 2차 시기가 시작되자 숨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 1차 시기에서 3위에 오른 중국의 왕베이싱이 좋은 기록을 찍자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50)씨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아버지 이우근(53)씨는 "괜찮다. (이)상화가 (더 좋은) 기록을 낼 것"이라며 가족들을 진정시켰다. 마지막 조에 속한 이상화가 세계기록 보유자 독일의 예니 볼프와 출발선에 모습을 나타내자 가족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파이팅'을 외쳤다. 이상화가 볼프와 한치 양보 없는 레이스를 펼치자 가족들의 응원 소리는 더욱 높아졌고, 경기가 끝나 마침내 금메달이 확정되자 집안은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상화의 부모와 오빠는 서로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지인들도 박수와 환호성으로 금메달 획득을 축하했다.
아버지 이씨는 "특별한 꿈을 꾸지는 않았다. 딸에게 겨울 축제인 만큼 그냥 즐기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정말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 김씨는 "지난해에도 태릉에서 훈련하다가 인대가 늘어나는 등 그 동안 발목 부상으로 고생이 많았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따 대견스럽다"며 "딸이 돌아오면 약속했던 대로 제주도 여행을 갈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