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서 제2외국어를 제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개정교육과정에서 제2외국어가 외국어영역에서 빠져 기술가정 한문 등과 함께 생활교양 영역으로 홀대를 받았다. 대입수능시험을 언어, 외국어, 수리로 단순화하고 나머지 과목은 내신만 반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교과부 고위관계자의 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사실 지금도 대입수능에서 제2외국어는 요행을 바라고 덤으로 보는 과목으로 전락해 있다. 대표적 제2외국어 과목이었던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은 수능에서 선택학생이 고작 3% 안팎이다. 대신 어느 고교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아랍어가 42.3%로 압도적인 선택률을 보이는 기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 워낙 점수가 낮아 대충 찍어도 높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이 점수로 사회탐구영역의 점수 낮은 과목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막힌 비교육적 현실이다.
원칙적으로 제2외국어는 수능시험에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 다양한 외국어 능력을 대입전형에 주요 요소로 활용하는 선진 외국의 예를 굳이 들지 않아도, 언필칭 세계화라면서 외국어 교육기회를 축소하는 것은 모순이다. 기초적인 제2외국어 능력은 세계에 대한 이해와 진학 후의 깊이 있는 공부에 필수적이다. 학습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청소년기의 다양한 공부경험 또한 학생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키운다는 점에서 그 교육적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지금과 같은 제2외국어의 파행적 운영은 분명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실력 측정을 위해 제2외국어는 실제 전형에서 표준점수가 아닌 백분위 점수를 반영토록 함으로써 요행수를 바라는 엉터리 수험생을 걸러내는 등의 방안이다. 앞으로 학과별 모집을 확대할 때 외국어 관련 전공에 대해서는 반영비율을 크게 높이거나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제2외국어 능력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라 학생의 노력과 능력만큼 제대로 평가 받도록 해주는 것이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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