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49)씨는 3년 전 경기 구리시의 한 다세대 주택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다 붙잡혀 야간주거침입 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간 것만으론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스배관을 타다 뛰어내린 행위 자체로는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현실적인 위험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후 박씨는 지난해 4월 늦은 밤 강원 춘천시의 한 아파트에 침입을 시도했다. 드라이버와 손전등을 든 박씨는 1층 방범 창을 디딤돌 삼아 2층 철제 난간에 매달린 채 유리창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적외선 감지기가 작동해 박씨는 또 붙잡히고 말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박씨는 그러나 법정에서 자신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례를 근거로 아파트 난간에서 뛰어내린 것만으론 죄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가스배관에서 뛰어내린 사건과 이번 사건이 다를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난간에 매달려 있을 당시 창문에 손을 댔다는 차이가 있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박씨가 주거침입을 시도한 범의와 범행이 충분이 인정된다는 논리로 맞섰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성호)는 결국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 박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난간에 매달려 유리창문을 열려고 시도한 것은 가스배관에서 그냥 뛰어내린 것과는 전혀 다른 사안으로서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며 "실형 선고를 받은 전과가 여섯 차례나 되는 등 범행이 상습적이라는 점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