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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넌 언제쯤 메달밭 질주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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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넌 언제쯤 메달밭 질주할 거니?"

입력
2010.02.1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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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육상이야, 청맹과니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2년 대선후보시절 상대인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승리로 지지율 90%를 기록하자 그를 꺾기 위해 내건 구호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를 빗댄 표현이다. 클린턴은 당시 미국 경제가 연일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 전승(戰勝)에만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란 뜻으로 내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구호 한방으로 승승장구하던 부시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국 빙상이 74년만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것도 육상의 100m에 해당하는 빙속 500m에서 금 사냥에 성공해 더욱 값지다. 이로써 한국 스포츠는 그 동안 불가능하다고만 여겨지던 수영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세계정상에 우뚝 섰다. 이처럼 한국 스포츠가 미증유의 금메달 영토를 점령해가고 있는데 반해 육상은 30여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24일 열릴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예상대로' 금빛 퍼레이드를 펼친다면 한국 스포츠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양정모가 광복 이후 첫 금을 선사한 이래 유도, 태권도 등 격투기와 탁구, 야구 등 구기종목, 양궁, 사격 등 기록종목은 물론 수영에 이어 빙속에 이르기까지 전 종목 챔피언이라는 금자탑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육상 필드 종목인 마라톤에서도 이미 두 차례(1936년 베를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족패천하'(足覇天下)의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트랙종목은 세계수준에 한참 뒤 처져 있어 한국 스포츠의 위상에 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육상의 꽃'으로 불리는 남자 100m 한국기록은 10초34. 19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서말구가 세운 기록이다. 무려 31년째 난공불락의 성처럼 무너지지 않고 있다. 남자 200m, 1만m기록도 각각 25년, 24년 동안 요지부동이다. 특히 10초34는 세계선수권 출전자격이 주어지는 A기준(10초21)은 물론 육상 성적이 저조한 나라를 배려해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B기준(10초28)에도 못 미쳐, 참가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체격조건이 서양인들과 달라 메달권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핑계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의 류상(劉翔ㆍ27)이 110m 허들에서 금빛 질주로 설 땅을 잃었다.

현재 한국 육상의 수준은 필드 전 종목을 통틀어 세계선수권 출전이 가능한 A,B기준을 통과하는 선수가 2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장재근 육상 기술위원장은 "신예들의 기세가 예년과 달리 매섭다"며"올해 안에 100m 한국기록은 반드시 깨겠다"고 각오를 다졌으나 이대로 가다간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은 커녕 최종 결선 후보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최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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