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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계 올림픽의 값지고 소중한 메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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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계 올림픽의 값지고 소중한 메달들

입력
2010.02.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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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어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모태범이 금메달을 따냈다. 이 종목에는 세계랭킹 1위 이강석과 4전5기의 이규혁이 있어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기대는 했지만, 막상 그 숙원을 스물 한 살의 막내가 풀어 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모태범은 두 선배가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사이 특유의 패기와 힘으로 질주해 일본 선수들을 물리치고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기는 '이변'을 연출했다. 500m는 그의 주종목도 아니며 세계 랭킹도 14위에 불과했다. 원래 목표는 세계 2~4위를 기록 중인 1,000m에서의 메달 획득이었다. 그러나 모든 결과가 그렇듯, 속을 들여다보면 그의 쾌거는 이변이 아니며 운이나 우연도 아니다. 2006, 2007 세계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연속 우승했고, 2008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지난해 아시아 종목별 선수권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주 종목은 아니지만 언제든 세계 정상에 오를 기량을 갖추고 있었다. 금메달의 원동력은 두 말할 필요 없이 땀이었다. 선배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사이 그는 묵묵히 연습에 열중했다.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부터 출전한 한국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62년 만에 처음이다. 이 금메달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수영의 첫 금메달을 딴 것과 비견될 만하다. 14일에는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이승훈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은메달을 획득, 아시아 빙속 사상 유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이들의 쾌거는 쇼트트랙에서만 메달을 따온 한국 동계스포츠의 이미지를 바꾸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큰 힘을 불어넣었다. 그 바탕에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수준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려 놓은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모태범 이승훈이 끝이 아니다. 김연아 등 많은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좋은 결실을 이루어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에게도 기쁨과 자부심을 심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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