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미 중간선거의 영향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미 중간선거의 영향권

입력
2010.02.16 23:09
0 0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만난다고 한다. 백악관측은 면담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그와의 대화를 '고대하고 있다(looks forward to)'"는 표현을 썼다. 그렇지 않아도 기회 있을 때마다 면담 강행에 강력한 경고 목소리를 내온 중국의 신경을 더욱 거슬리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언제나' 고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해 10월초 달라이 라마가 미 의회 인권상 수상 등을 위해 워싱턴에 왔을 때는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미 의회 및 인권단체들로부터 비난이 일자 오바마 대통령은 "(11월에 예정됐던) 중국 방문 이전에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을 밝혔었다. 중국의 눈치를 본 것이다. 이 문제 이외에도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보여준 중국에 대한 태도 변화는 극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대(對) 대만 무기판매 결정, 구글 등 인터넷 검열 성토, 고강도 위안화 절상 압박 등 강경 일변도다. 지난 해 11월 방중 때 오바마 대통령의 저자세 외교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음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무엇이 미국을 변하게 했을까.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합당한 역할 수행 등에 있어 미국의 요청을 깔아뭉개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격이라는 등 여러 해석들이 나온다. 그 가운데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오바마 행정부 변화에 작용하는 미 중간선거의 위력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시각에서 보면 대중 강공은 상처 입은 자존심을 만회해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정서에 부응한 것이다.

중간선거 요인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미 집권 민주당이 지난 1월19일 텃밭인 매사추세츠의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부터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들에게 무제한적 선거광고의 길을 열어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설적 공격을 가했다. 다시 보너스 잔치에 나선 월가를 격하게 비난하며 금융위기의 책임비용을 물리기 위해 은행들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나중에 월가의 보너스 지급을 "자유시장 체제의 일부분"이라며 이중적 모습을 보인 것도 중간선거와 연결하면 설명이 가능하다. 정치자금 제공 측면에서 월가의 '큰 손'들을 계속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중간선거 변수를 가벼이 볼 수 없는 것은 한미 관계도 그 직ㆍ간접적 영향권내에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운명인데 오바마 대통령이 보내는 신호는 적잖이 헷갈린다. 중간선거 이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의 미 의회 비준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지난달 27일 국정연설 이후 국면은 좀 다르다. 국정연설에서 "5년내 수출을 두 배 늘리고 일자리 200만개를 창출할 것"이라며 한미 FTA 필요성을 강조한 뒤 이와 관련된 언급이 부쩍 늘었다.

자연히 한미 FTA 조기 비준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볼 때 자동차 문제 등에서 더욱 강력한 FTA 재협상 요구를 해올 것이라는 예상에도 대비해야 한다. 도요타 리콜 사태와 관련, 미 상ㆍ하원이 앞다퉈 청문회에 나서는 데서 보듯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호락호락 넘어갈 리가 없다.

고태성 국제부장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