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쇠와 돌들이 모여 묘한 조합을 이룬다. 우주 공간의 행성 같기도 하고, 원시시대의 흔적 같기도 하다.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서양화가 이재민(55ㆍ한양여대 교수)씨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번 전시에는 캔버스에 그린 전통적인 회화는 없다. 모두 돌, 쇠, 나무,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등을 재료로 한 오브제 작품들이다. 특히 염산 등 부식액을 떨어뜨려 만든 녹슨 쇠와 돌이 주요 소재다. 세월의 흔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도한 방식이다. 원하는 느낌이 나올 때까지 수없이 부식시키는 과정을 반복한 뒤 그 위에 푸른 색을 덧입혔다. 이씨는 "오래된 사찰의 낡고 벗겨진 단청 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 부식 기법을 시도했다"며 "화학약품 냄새 때문에 작업실에서 쓰러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꽃이나 인물 등을 그렸던 이씨는 "관심사가 넓어지다 보니 구상과 추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같다. 계속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02)735-2655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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