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어학회 한국독일어교사회 등 제2외국어 관련 학회 및 고교 교사협의회 소속 교수와교사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불어 독어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 과목이 이르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수능 과목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말들이 교육계에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제2외국어 관련 학회 및 교사들은 "제2외국어 과목이 수능에서 빠진다면 제2외국어 교육은 파행을 겪게 될 것"이라며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수능 체제 개편안은 교과부 의뢰를 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교협 측은 일단 제2외국어 과목의 수능 제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양정호 대교협 정책연구부장은 "새 수능 체제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제2외국어를 비롯해 다수 과목이 수능 과목에서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외국어의 수능 제외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교육계에서도 제2외국어의 수능 배제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몇가지 정황 탓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영어와 함께 외국어 영역에 포함됐던 제2외국어는 기술가정, 한문, 교양을 한데 묶은 생활교양영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중이 부쩍 줄어든 것이다. 같은 달 30일 교과부 고위관계자의 발언도 불씨를 당겼다.
이 관계자는 "2014학년도 수능은 언어, 외국어, 수리의 기본적 학습능력만 묻는 '수능1'과 사회ㆍ과학 탐구를 포함해 심화 교과지식을 묻는 '수능2'로 나눠 검토하는 방안은 물론 언어, 외국어, 수리만 보고 나머지 과목은 (대입전형에서)내신만 반영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수능과 관련해 제2외국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처럼 제2외국어가 수능에서 사라질 전망이 나오자 48개 제2외국어 관련 학회와 6개 교사협의회로 구성된 '제2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연합'은 성명을 내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항덕 숙명여대 불문과 교수는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가 글로벌 창의 인재 양성이라는점을 감안할 때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를 수능 과목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교육목표에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건우 서울대 교수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다양한 외국어를 대입 전형 시험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출때 우리만 국영수에 몰입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한참 뒤떨어지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대교협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3월까지 개편 시안을 내 놓은 뒤 공청회를 거쳐 6월 중에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박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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