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카인 신화 속 동물문양 등 모티프 삼아
어렸을 적엔 누구나 한 번쯤 세계의 불가사의한 유적을 직접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꿈을 가졌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페루 남부의 검은 사막에 있는 '나스카 라인'이다.
나스카, 이카, 팔파 지역에는 인공위성에서도 자세하게 보이는 이상한 그림과 선들이 가득하다. 그림은 원숭이, 고래, 라마, 개, 홍학, 콘도르, 벌새, 거미 등 20여 종의 동식물과 인간의 형상을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직선, 삼각형, 사각형, 마름모, 원 등 100여개의 다양한 기하학적 선이 1,300㎡ 넓이의 평원에 그려져 있다. 가장 큰 동물 문양은 축구장 3배 크기이고, 직선 가운데 가장 긴 것은 10㎞나 된다.
나스카 라인은 검은 모래와 자갈을 걷어내 바닥의 하얀색과 대비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나스카 문화가 BC 100년경부터 AD 600년경까지 지속되었다고 볼 때, 이 유적은 약 2,000년 동안 유지되었다. 이 지역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극한 건조지대라서 가능했다. 검은 모래의 복사열이 지표 바로 위에 공기층을 만들어 내ㆍ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한 것도 도움이 됐다.
나스카 라인은 왜 만들어졌을까. 나스카 라인을 얘기할 때 1940년부터 50년 가까이 나스카 라인을 일일이 조사ㆍ보존해온 독일인 수학자 마리아 라이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나스카 라인을 하늘의 별자리와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그밖에 우주인의 정거장, 물과 관련된 고대 의식 행위의 요소로 보는 설도 있다. 그런데 이런 관심은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여 유적의 일부가 파괴되는 불운을 겪기도 하였다. 학설이야 어떻든 나스카 라인은 나스카 사람들이 만든 것만은 확실하다.
이번 '태양의 아들, 잉카'전에 나온 유물 중 동물 문양 토기와 황금 벌새는 나스카 라인에 그려진 동물과 그 모티프가 동일하다. 이러한 그림들은 선사시대 나스카인들의 동굴 벽화, 직물과 각종 생활용품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특히 사람 머리를 들고 있는 고래 무늬 모티프는 전리품으로서 머리를 숭배하는 나스카인의 전통적인 신화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태양의 아들, 잉카'전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3월 28일까지 계속됩니다. 문의 1588-7862
최흥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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