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초연 당시 반공뮤지컬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던 '요덕스토리'의 막이 다시 올랐다. 정부 예산 10억이 들어간 새 버전의 결론은 이렇다. 어설픈 덧칠과 무분별한 벤치마킹은 논란이 됐던 원작마저 누더기로 만들었다.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로 막을 연 이 작품은 북한의 1급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하며 그 속에서 피어난 꿈과 사랑을 애절하게 노래한다. 1막은 북한 인권 유린의 현장이, 2막은 공훈배우 출신으로 요덕 수용소에 수감된 강련화와 수용소장 리명수의 로맨스가 주를 이룬다. 기독교 신자의 간증과 주기도문을 토대로 만든 노래'기도'도 그대로다.
새터민 연출가 정성산씨는 새 버전에 대해 "이념적인 접근을 막기 위해 사랑과 희망을 강조했다"고 했다. 자극적인 장면들을 대거 잘라낸 것도 작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전 스토리라인을 무시하고 사랑 이야기에만 욕심을 낸 탓에 극의 개연성은 전체적으로 약해졌다. 적대적인 관계였던 두 남녀가 일순간 사랑에 빠지는 것이나, 소장과 경비대장 사이의 알력 다툼이 어린 시절 우정을 회상하며 갑자기 해빙 모드로 흐르는 것이 그 예다. 사건들은 우연의 연속이고, 지루한 반전이 반복됐다.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를 과하게 차용한 것도 거슬렸다. '노트르담드파리'에는 음유시인이 같은 곡을 처음과 마지막에 부르며 극의 해설자로 등장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리명수가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0년 어느 날 또 하루가 저무네/ 하늘의 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요덕스토리)와 '때는 1482년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이 이야길 들려주려해'(노트르담드파리) 등 첫 곡의 가사에서도 유사점을 보인다. 이에 대해 연출가는 "4년 전에는 미스사이공과 레미제라블의 중간을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예술적인 형식미를 갖추기 위해 노트르담드파리의 매커니즘을 접목시켰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연극평론가 장성희씨는 "초연 때도 서사적으로 정리가 안됐고, 너무 많은 요소를 늘어놓았던 작품"이라며 "이념적인 주제의식이 자본주의의 뮤지컬 시장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제작사는 유엔총회장을 시작으로 폴란드 아우슈비츠와 캐나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등을 돌며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브로드웨이 등 공연가를 목표로 하는 다른 작품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행보다.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8일까지. 1544-1555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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