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지역구를 찾았던 여당 의원들은 15일 "그만 싸우라"는 민심의 소리가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친이계,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도 각각 "세종시 당론 채택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를 할 것" "의총 소집은 분란만 키워 당을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하며 집안싸움을 계속했다. 설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싸움을 재개한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교훈이 세종시 문제로 내부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에선 전혀 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 직전 이명박 대통령의 '강도론' 발언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맞받아치고, 청와대가 박 전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대충돌이 있었으나 이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무게감 있는 중진이나 중립파의 쓴소리도 찾기 어려웠다.
과거 정권에서는 심각한 대립 상황이 발생하면 중진들 중심으로 '비상 회동'이 열리기도 하고, 중재를 모색하는 노력들도 있었다. 때론 소장파라 불리는 의원들이 집단 목소리로 화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양측을 향해 '서로 한발씩 물러나서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그룹이 없다. 이는 무엇보다 계파에서 자유로운 당 중진이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3선 이상 한나라당 의원 40명 중 진정한 중립 성향은 2,3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계파에 소속돼 있다 보니 계파 수장이 직접 나서 대결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게다가 양측간 진의를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마저 없다. 서로 믿지 못하는데다 메신저마저 없으니 사소한 오해도 충돌로 이어지기 쉽다.
여당 중진이나 소장 개혁파는 "내가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하고 돌아볼 때다.
정치부 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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