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100억 달러(12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외자유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대북소식통은 "왕 부장의 방북 때 북한의 외자유치 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통한 중국 자본의 투자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며 "중국의 대형 은행 두세 곳과 복수의 다국적기업이 대풍그룹과 대북 투자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3월 중순 평양 국가개발은행에서 투자 조인식을 가질 계획인데, 전체 투자 규모는 미화 1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며 "전체 투자액의 60% 이상은 중국 자본"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한의 외자 유치 규모는 연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150억 달러)의 70%에 육박하는 것이다.
내달 발표될 북한의 외자유치 사업은 평양-신의주 철도, 중국 투먼-라선특별시 철도,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연관된 주택 건설, 항만 건설 등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뿐 아니라 투자 계획을 확정한 외국기관이나 기업 등은 대북 투자가 유엔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이번 대북 투자에 대해서는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의 암묵적 동의 아래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유인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주도로 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를 우회하는 형태의 대북 투자가 이뤄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방북한 왕 부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6자회담 재개를 전제로 경제 지원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것과 무관치 않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과 중국 사이에 6자회담 복귀 합의가 이뤄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고, 미국 등 관련국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쨌든 중국은 우회적 대북 경제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또 대북 투자 촉진을 통해 낙후된 동북3성의 경제 활성화 등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0일 북한 국방위원회의 결정으로 대외 투자유치 기관인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뒤 투자유치 창구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지정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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