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를 다녀와 전하는 민심은 한결같았다. 제발 세종시 싸움을 그만 끝내라는 것이다. 시급한 민생현안들을 빨아들이는 '세종시 불랙홀' 현상에 대한 분노도 대단했다고 한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성ㆍ반대를 떠나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염증과 피로도가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여야는 공히 설 민심의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세종시 논란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여야 각 정파가 벌써부터 설 민심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이니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를 필두로 해 벌인 강도론 공방은 이 대통령이 "더 이상 말꼬리를 잡지 말고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자제를 당부해 일단락됐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해 언제 또 불꽃이 튈지 알 수 없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은 오늘 세종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설 연휴 이후로 유예했던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도 다시 꺼내 들고 나서 여야간 한판 싸움도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여권 내 친이 주류측은 조만간 의원총회 소집 등 당론 변경을 위한 절차를 강행키로 해 당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친박계는 "수정안 관철을 위한 당내 분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당이 중요한 안건을 의원총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충돌이 뻔히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별다른 사전 조정노력 없이 의총을 열어 논의를 강행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양보 없는 무모한 대결의 끝은 뻔하다. 어느 한 정파의 몰락은 그 정파의 사정이지만 국정 운영에 재앙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냉철하게 세종시 출구 찾기에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 담판을 짓는 것도 방법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박 전 대표를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원론적, 의례적 수준의 언급은 불신만 키울 뿐이다. 내가 물러설 수 있다는 자세로 손을 내밀 때 대화가 이뤄진다. 여야 간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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