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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집중력의 탄생' 정신없는 세상… 늦기전에 다시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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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집중력의 탄생' 정신없는 세상… 늦기전에 다시 집중하라

입력
2010.02.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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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잭슨 지음ㆍ왕수민 옮김/다산초당 발행ㆍ500쪽ㆍ2만5,000원

바쁘다 바빠. 빨리빨리. 한국인치고 이 말이 입에 안 붙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들 허둥지둥, 헐레벌떡, 정신없이 산다.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잊거나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라. 그리고 정말 가치 있는 것들에 집중하라. 기술 발달, 특히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의 여파로 집중력이 쇠퇴하고 있다. 집중력이 쇠퇴하면 지성도, 문명도 쇠퇴한다. 그로 인해 문화적 암흑기에 접어드는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집중력을 복원하라.

미국 저널리스트 매기 잭슨이 쓴 <집중력의 탄생> 이 전하는 경고이자 제안이다. 원서의 제목인 '흐트러지다: 집중력의 쇠퇴와 다가오는 암흑기'('Distracted: The Erosion of Attention and Coming Dark Age'ㆍ2008)가 이 책의 내용을 더 정확하게 요약한다.

지은이는 기술이 발달하고 놀랍도록 편리해진 요즘 같은 세상에 왜 사람들이 불만족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휘둘리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집중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집중해야 창조적인 작업도 나오고 만족감도 생기는데, 정신없이 살다 보니 문화는 쇠퇴하고 삶은 불행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집중력의 변화를 전보, 전화, 영화가 등장한 19세기부터 추적한다. 전보와 전화 덕에 세상은 빨라지고 좁아졌지만 그 바람에 느긋함을 잃었고, 영화를 통해 이미지의 홍수를 당연하게 감당하는 훈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천천히 깊이있게 사고하는 힘, 다시 말해 집중력의 쇠퇴로 이어졌고, 최근의 디지털 혁명이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첨단기술이 집중력 쇠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잃어가는 것은 무엇인지 밝히는 데 집중한다. 가상 현실, 멀티 태스킹, 로봇 등이 비판의 표적에 걸렸다. 예컨대 메신저를 하면서 웹 서핑에 TV 시청, 전화 통화, 컴퓨터 게임까지 즐기는 멀티 태스킹은 효율적인 게 아니라 ?기는 삶의 증거일 뿐이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전 세계 누구와도 사귈 수 있고 실제를 뺨치는 사이버 공간의 세컨드 라이프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친밀감을 밀어낸다고 본다. 친밀감이란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 다시 말해 관심(집중)을 가질 때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완견 로봇을 키우고 로봇이 병자를 수발하는 것도 인간성을 기계에 의탁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는 집중력의 쇠퇴로 사람들이 침묵과 고독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디지털 시대에 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풍요이고 어디까지가 혼란인가, 이대로 살아도 좋은가. 지은이는 기술 반대론자가 아니다. 비관론자도 아니다. 기술의 혜택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문화 암흑기의 도래를 걱정하면서도 그것을 막기 위해 집중력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소개하며 아직 늦지 않았으니 행동하자고 제안한다.

책에서 인용한,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말에서 지은이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꽃을 진정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 꽃은 아주 미세한데 우리에겐 시간이 없으니. 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친구를 사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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