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모태범! 무명에서 영웅으로…올림픽 빙속 도전 74년 만에 첫 金 쾌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모태범! 무명에서 영웅으로…올림픽 빙속 도전 74년 만에 첫 金 쾌거

입력
2010.02.15 23:12
0 0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던 모태범(21ㆍ한국체대)이 14년 뒤 머나먼 타국에서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았다.

16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모태범은 1차 레이스 34초923의 기록으로 2위에 오른 뒤 2차 레이스에서도 34초906으로 2위를 지키면서 합계 69초82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69초98)를 0.16초 차로 제치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육상으로 치면 100m에 해당하는 최고 하이라이트 무대에서 북미와 유럽 등 내로라하는 스프린터들을 줄줄이 제치고 신기원을 이뤘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은 그 동안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땄을 뿐 금메달은 없었다.

모태범의 올림픽 금메달은 그야말로 '무명반란'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500m는 한국의 금메달 전략 종목. 그러나 1,000m 세계랭킹 2위인 모태범의 500m 성적이라곤 2009~10시즌 월드컵 4차대회 5위와 5차대회 7위가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전부였다.

이번 시즌 모태범의 500m 월드컵 랭킹은 14위. 세계랭킹 1, 2위 이강석(25ㆍ의정부시청), 이규혁(32ㆍ서울시청)이 스포트라이트를 양분해 받는 사이 모태범은 이틀 뒤 펼쳐질 1,000m에 대비해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다. 워밍업 차원에서 뛴 레이스가 금빛 질주로 이어진 셈이다.

모태범은 15세이던 2004년 11월 국내에서 열린 주니어선수권대회에 출전, 1,500m 3위에 오르면서 싹을 보였다. 당시 1,000m는 10위에 그쳤다. 이후 첫 국제대회인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4개 종목에 나서 500m(5위)만 제외하고 전부 '톱10' 밖으로 밀려났다. 그늘에 가려졌던 모태범이 본격적으로 빙상계에 이름을 알린 건 2006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2관왕(500m, 1,500m) 차지로 탄탄대로를 예고했다.

그러나 주니어 막판 시작된 상승세는 시니어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모태범은 2007년 성인 무대 데뷔 후 한 차례도 국제대회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서 본 적이 없다. 주니어 '졸업' 후 주종목이 된 1,000m에서도 2위가 최고였다. 중학교 시절 다친 골반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통증이 찾아오면서 정상 등극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담 없이 나선 생애 첫 올림픽, 그것도 생일(1989년 2월15일)에 모태범은 단숨에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일은 한국 날짜로 16일이지만 캐나다 현지 시간으로는 15일이라 조직위원회는 모태범이 21번째 생일에 금메달을 딴 것으로 공식 기록을 올렸다.

모태범은 "혹시 기대라도 할까 봐 가족들을 밴쿠버에 아예 못 오게 했다. 금메달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방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생 잊지 못할 생일잔치를 치른 모태범은 18일 오전 9시 주종목인 1,000m에 출전해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pires@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