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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의 밴쿠버 그래피] 불황 속 벙어리장갑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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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의 밴쿠버 그래피] 불황 속 벙어리장갑 불티

입력
2010.02.1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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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최고의 무대,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스타트 총성이나 버저가 울리기까지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대회를 유치한 도시, 나라도 선수들의 마음과 다를 바 없겠죠.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전세계에서 온 손님들이 불편함이라도 호소한다면 그대로 국가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총괄 운영하는 조직위원회(VANOC)는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일희일비입니다. 개막도 하기 전 그루지야 루지 선수의 사망사고 소식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더니 15일(한국시간)에는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남자경기에서 개최국 캐나다가 첫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역대 두 차례 유치한 올림픽에서 1개의 금메달도 못 땄던 캐나다이기에 징크스 탈출의 기쁨이 얼마나 클까요. 경기 후 거리로 쏟아진 시민들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 캐나다 고(GO CANADA GO)'를 외쳤고, 차도의 자동차들은 연방 자축의 경적을 울렸습니다.

올림픽이 개최지에 더 이상 '돈 되는 장사'가 아니라는 분석 속에 불티나게 팔리는 기념품들은 밴쿠버시를 그나마 흐뭇하게 합니다. 베스트셀러는 벙어리 장갑입니다. 한 켤레에 원화로 2만원이 조금 넘는 장갑이 개막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260만개 이상 팔려나갔습니다. 주를 이루는 빨간 색상과 하얀 메이플리프, 오륜마크의 깜찍한 조화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켰나 봅니다. 물론 오륜마크의 라이선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갖고 있지만, 조직위가 챙길 수입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눈 부족 문제가 심각한 밴쿠버 인근 사이프러스 마운틴은 아직도 그대롭니다. 급기야 16, 17일 열리는 스노보드 크로스의 경우 일반 입석 입장권 환불이 확정됐습니다. 바닥이 눈인 일부 관중석이 지난 며칠간 내린 비로 씻겨나갔기 때문이죠. 이로 인한 손해만도 4억원이 넘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16일 사이프러스 마운틴 최고기온은 섭씨 10도에 육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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