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던 정든 교실, 아우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언제까지나 가슴에 간직할 거야. 나는 중학교로, 아우들은 다른 학교로 흩어지겠지만 우리는 대본초등학교 동창임을 잊지 말아야 해.”
약한 눈발이 흩날리던 12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대본초등학교. 문무대왕릉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이 작은 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이 열린 이날 단 한 명의 졸업생인 양현수(13)군은 답사를 읽어 내려가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내 지켜 보던 교직원과 학부모, 재학생 등 40여명의 참석자들도 따라서 눈시울을 붉혔다.
졸업식은 조촐했다. 화려한 팡파레도, 요란한 뒷풀이도 없었다. 한 명뿐인 졸업식이다 보니 그 흔한 꽃 장수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후배들이 식장 창문에 양군의 건승을 비는 메시지와 그림을 붙여 분위기를 살렸다. 하지만 이날 졸업식은 초등학교 졸업식 특유의 진한 석별의 감정에다 폐교의 아쉬움이 숙연함을 더했다. 졸업식 마지막 순서로 교가를 합창할 때 참석자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지휘하던 선생님도, 함께 부르던 재학생도, 조용히 속으로 따라 부르던 내외빈들도 소매 깃을 적셨다. “문무정신 고이 받드는 배움의 집, 나라의 빛이 되자 우리 대본”이라는 마지막 소절은 울음 속에 섞여 거의 들리지 않았다.
재학생 최다이(10ㆍ4학년)양은 “오빠도 떠나 보내고, 4년간 정들었던 학교도 옮겨야 하고…”라며 안경 너머 흐르는 눈물을 고사리 손으로 닦았다. 축사를 하던 엄성욱 학교운영위원장도,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먼 길을 찾은 외빈들도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양군은 이날 학교장상을 비롯해 교육장상, 경주시장상 등 8개의 대외상과 9개 단체에서 주는 장학금을 독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양군의 졸업을 끝으로 이 학교는 문을 닫는다. 양군의 후배 13명은 인근 감포초등학교와 양북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 한해종 교장 등 6명의 교직원들도 다른 학교로 전근한다. 하지만 16년을 함께 해 온 조리사 아주머니가 아직 새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 학교는 1940년 전촌공립보통학교 부설 간이학교로 시작, 1944년 대본국민학교로 승격했고, 양군까지 2,24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1970년대 재학생이 많을 때는 400명을 넘었지만, 농촌지역 인구감소에다 시설이 나은 도회지 학교로의 전학 등으로 학생 수가 줄어 폐교에 이르게 됐다.
경주=은윤수 기자 newse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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