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한국인 교민, 공범: 마피아 연루 과테말라 군경, 범행 동기: 수십만 달러 상당 잭팟 당첨금.
지난달 발생한 과테말라의 한국 교민 송모(56)씨 납치 살해극은 평소 교분이 있던 한국 교민이 송씨의 잭팟 당첨금을 노리고 저지른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는 12일 "과테말라 내무부 경찰당국은 송씨 피살사건과 관련, 그간 범행 배후로 지목돼 온 과테말라인 4명과 한국인 2명 등 총 6명을 체포했다고 오늘 오전 4시(현지시각 11일 오후 1시)께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용의자들은 송씨와 함께 골프를 치고 카지노에 갈 정도로 친분이 있던 현지 교민들로 송씨가 카지노에서 터뜨린 잭팟 당첨금을 노리고 현지 경찰 4명과 군 정보장교 1명을 매수해 납치극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테말라 당국은 달아난 경찰 1명의 행방도 추적 중이다.
외교부와 과테말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과테말라 현지에서 봉제업체를 운영하던 송씨는 최근 한국인 살해 용의자 2명과 함께 현지 카지노에 들렀다. 경찰청 외사계 관계자는 "한국인 살해 용의자들은 불법 사설카지노를 운영하는 교민들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씨는 행(幸)인지 불행(不幸)인지 잭팟을 터뜨렸다. 당첨금은 무려 24만 달러(2억7,600여만원).
용의자들은 송씨의 돈에 욕심이 났다. 이들은 카지노를 다녀온 뒤 현지 경찰 4명과 현직 군인 1명을 포섭했다. 경찰과 군인은 현지 마피아와 연관 있는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송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이동하다 도로에서 한인 교민에 포섭된 무장 괴한들에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송씨 회사 관계자들에게 7차례나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다. 지난달 24일 새벽엔 봉제업체 관계자로부터 6,000여 달러를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협상은 중단됐다. '통상의 몸값'에 비해 터무니 없는 150만 달러를 요구했기 때문. 특히 이들은 송씨가 자신들의 신분을 알아차리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씨는 3일 오전 과테말라시티에서 40㎞ 떨어진 팔린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범죄조직이 활개치는 과테말라에선 지난해부터 올 1월말까지 송씨를 포함해 한국인 7명이 청부살인과 강도로 살해됐다. 4명은 납치됐다가 수만 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과테말라 거주 한국인은 1만여명으로 봉제업과 의류업 등에 종사하며 현지인 10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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