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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올림픽/ 이승훈, 스피드 남 5000m 銀, 아시아 첫 장거리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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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올림픽/ 이승훈, 스피드 남 5000m 銀, 아시아 첫 장거리 메달

입력
2010.02.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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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22ㆍ한국체대)은 14일(한국시간) 한숨도 못 잤다. 생전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누구도 예상 못한 큰일을 낸 후 그 자리에서 미처 느끼지 못한 흥분이 뒤늦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14일 새벽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이하 스피드) 남자 5,000m. 14개 조 중 12조에서 출발한 이승훈은 6분16초9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레이스 직후 2위 기록을 확인한 이승훈은 남은 2개 조 경기가 끝난 뒤 은메달이 확정되자 김관규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양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짜기도 했다.

"엄마한테 전화하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하시더라고요. 여자친구도 '너 이런 사람이었냐'면서 놀라던데요." 이승훈은 휴식일인 15일 교민들은 물론 얼굴을 알아본 시민들의 사인 공세에 시달리며 아시아 최초의 스피드 장거리 메달리스트로서 행복한 홍역을 치러야 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이승훈은 스피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쇼트트랙대표팀에서 전도유망한 기대주였다. 지난해 2월 하얼빈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3관왕으로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좌절을 맛봐야 했다.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대표팀에서 탈락한 것. "괜스레 주변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안 되는 녀석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는 이승훈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스피드 전지훈련에 따라갔다.

당시가 7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동료의 스케이트를 빌려 신은 이승훈은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단다. 이후부터는 멈추지 않는 기록 행진. 마라토너 황영조와 폐활량이 같고, 내세울 건 지구력밖에 없다는 이승훈은 2009~10시즌 월드컵시리즈에서 한국기록을 3차례나 경신했다. 한 달 새 10초 이상 기록을 앞당기는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올림픽. 국제대회 때마다 하위그룹에 포함돼 옆 레인 주자를 쫓아갈 기회가 없었던 이승훈은 마침내 최상의 기회를 잡았다. 스피드 강국 네덜란드의 봅 데 용과 한 조에 편성된 것.

봅 데 용은 4년 전 토리노대회 1만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7개월 전 느꼈던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쩌릿하게 머리를 울렸다. '잘 따라가기만 해도 상위권에 오를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승훈은 막상 레이스가 시작되자 봅 데 용을 압도했다. 첫 200m에서 10위권 기록으로 출발한 뒤 계단 오르듯 차곡차곡 순위를 올렸다.

3,000m를 소화했을 때 2위까지 치고 올라가더니 마지막 3바퀴에서 스타트 때보다 오히려 더 힘을 냈다. 이승훈은 "돌아보면 쇼트트랙 때의 아픔들이 약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승훈이 코너링 때 속도를 거의 떨어뜨리지 않는 것도 쇼트트랙으로 몸에 익힌 코너링 기술 때문이라고 말한다.

10개월 전 탈락의 아픔이 가슴에 남아서일까. 이승훈은 "아직까지도 스피드 선수라는 느낌이 안 난다"면서 "쇼트트랙이 옛사랑이라면 스피드는 첫사랑이다. 스피드에서 정상에 오른 뒤 쇼트트랙에도 재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24일 새벽 4시, 이승훈은 스피드 남자 1만m에 출전,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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