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EU)은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어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지원 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당장 급한 경제 지원방안은 내놓지 않아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은 이날 유로화 창설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그리스 위기가 다른 회원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책 공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지원 방안 모색은 15, 16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회의 등으로 미뤘다.
이처럼 손에 잡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표면적 이유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완강한 반대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어떤 재정지원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표내용에 구체성이 없자, 당장 시장 일부에서는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정치적 립서비스' 만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힘든 데다,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지원책이 나올 거라는 기대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EU가 그리스 위기를 방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헤르만 판롬파위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위기 해소를 위한 '연대감'을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도 "EU 지원 선언은 투기세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반겼다.
한편 유럽 정상들은 이날 그리스에 대한 경제지원을 해주는 조건으로 그리스의 재정 및 경제정책을 엄중 감독하기로 합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연금과 의료보험, 노동 ㆍ상품시장, 공공부문, 금융감독, 공식 통계부문 등 그리스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EU상임위원회를 통해 엄격히 모니터하는 방안이 합의됐다"며 "이는 EU 53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권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FT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무는 대가로 재정주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조 치들은 15, 16일 EU재무장관 회의에서 승인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파판 드레우 그리스총리는 이날 회담 후 "어떤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유럽연합의 이같은 경제주권 개입을 순순히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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