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해지면 학원街 되는 법조타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해지면 학원街 되는 법조타운

입력
2010.02.15 23:11
0 0

서울지하철 2호선 전동차를 타고 가다 들으면 서초역과 교대역에 대한 안내방송이 다른 역에 비해 다소 긴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역명을 안내해 주는 것 외에 대검찰청과 대법원, 법원ㆍ검찰이 있는 곳이라는 추가 설명을 하기 때문이다. 두 역 일대는 대형 사법기관과 변호사 사무실이 도로변에 촘촘히 몰려 있어 법조타운이라는 명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유지됐던 법조타운의 아성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밤에는 이 곳의 진짜 주인이 법조인이 아닌 학생들로 바뀐 지 오래다. 내년에는 교인들이 이 곳 거리를 가득 메울 기세다.

학생들 밤거리 접수

6일 오후 10시 서초역과 교대역 주변은 법조타운 쪽과 학원 쪽으로 분위기가 판이하게 갈렸다. 검찰청과 법원 건물은 대부분 불이 꺼져 한적해진 반면, 길 건너 학원 건물은 불야성을 이뤘다.

대로변 안쪽 이면도로에도 유독 환한 건물이 많았다. 대형버스 20여대가 서초 역과 교대 역 주변을 빙 둘러싼 채 요란한 엔진 소리를 냈다.

학원수업을 마친 중ㆍ고생 수백 명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도로에 메아리 쳤다. 도로에는 다른 행인들이 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로 붐볐다.

학원버스는 강남 일대는 물론이고, 서울 전역과 분당ㆍ평촌ㆍ산본ㆍ과천ㆍ일산까지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이런 풍경은 매일 밤 목격할 수 있다.

법조타운은 옛 말

서초역 일대는 2000년을 전후해 유명 재학생 전문학원이 분원 형태로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재수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형학원 2곳이 등장했다.

이들 학원은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쓸 정도로 규모가 크다. 재학생 학원 2곳의 수강생만 1,000명이 넘어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경에는 이 일대가 학생들로 뒤덮인다.

교대역 주변도 유명입시학원과 편입학원이 자리잡아 분위기가 비슷하다. 서초 역 부근의 한 식당주인은 "낮에는 법조인들이 거리를 누비지만 오후가 되면 학생들이 더 많아진다.

'뒷골목은 술집만 법조인이 접수하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초 역과 교대 역 사이를 아우르는 서초3동 일대에만 크고 작은 입시ㆍ보습학원 100여 곳이 분포해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교통이 편리한데다 검찰과 법원이 있어 우범지대가 없고 교육환경도 우수해 학원들이 속속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내년에는 교인타운 될 듯

서초동은 1989년 서울중앙지검ㆍ고검 건물과 서울중앙지법ㆍ고등법원 건물이 자리를 잡고, 95년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둥지를 틀면서 '법조타운'이 됐다가 최근 학원이 급팽창하면서 학원가로 바뀌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동네 분위기가 또 한번 바뀔 전망이다.

대법원 청사 건너편에 2,100억원을 들인 초대형 종교시설인 사랑의 교회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교회는 지하7층 지상13층 건물로 지어지는데 교회 신도수만 현재 4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 교회가 완공되면 이 일대는 교인들로 넘쳐날 것이 분명하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내년에 사랑의 교회가 들어서면 법조인과 학생, 교인이 동네를 삼분할 것 같다"며 "법조타운은 더 이상 법조인만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사진=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