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의 원점수와 등급 구분점수를 공개토록 한 대법원 판결은 의미가 크다. 판결 자체에만 국한해 보면 2008년 수능 원점수 등에 한해 학부모단체의 공개요구를 받아들인 것인 데다, 실제로 대학들이 전형에서 표준점수와 등급만 반영하고 있어 당장 현장에선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곧 있을 조전혁 의원의 유사 소송 판결과 맞물려 수능정보의 전면 공개와 이에 따른 정확한 고교 교육실태 확인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교육당국의 수능정보 비공개 취지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교육정보 비공개에 따른 역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엄연히 존재하는 교육현실의 문제는 도리어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보의 은폐는 당장은 사회적ㆍ교육적 갈등을 줄이는 효과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교육개선 의지를 약화시키고 문제를 고착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보 공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말할 것도 없이 냉정한 현실 확인이다. 학력에 미치는 변인들을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구체적이고도 실질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지역별 학력격차가 확인되면 교육당국은 비교열위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에 정책능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고, 학교간 격차가 드러나면 해당 학교는 수업방식을 재검토하고 교육효과를 높이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능정보 공개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학력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정보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핵심은 대학들이 당장의 고교등급 반영 유혹을 떨쳐 버리는 일이다. 대학들은 교육여건이 아니라, 학생의 잠재적 능력을 발굴하고 평가하는 것이 정보 공개의 취지를 살리고 교육의 본질적 목적에도 합당한 것임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문제의 은폐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원칙에서 대법원 판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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