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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구전략 준비 손 놓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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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구전략 준비 손 놓으면 안 된다

입력
2010.02.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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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작년 2월 이후 12개월 연속 동결이다.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미국 중국의 긴축 움직임과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우려 등 불확실성이 상존해 섣불리 출구전략을 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업자가 근 10년 만에 120만명을 돌파하는 등 고용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시장에선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신호가 만만치 않다. 우선 지난달 생활물가가 전 달에 비해 3.8%나 올랐고, 집값도 선진국들과 달리 오히려 1년 전에 비해 소폭이나마 올랐다. 기준금리가 무려 1년 동안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가계로 풀려나간 유동성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감안할 때 단계적이고 다양한 출구전략을 준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최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출구전략 계획을 공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지불준비금 준비 및 재할인율 인상 등을 통해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부터 출구전략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긍정적, 부정적 변수들이 뒤섞인 상황에선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의 밑그림을 제시하고 가계와 기업이 대비할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상반기는 물론 앞으로 상당기간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음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성태 한은 총재의 후임에 금리 인상을 늦추려는 정부 의중이 반영된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어제 "한국은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였지만 계속 동결을 선택했다"며 "지금 인상하지 못한다면 올해 말 또는 내년쯤 급하게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출구전략은 시기가 중요하다. 자칫 실기할 경우 거품을 키워 경제 불안을 증폭시킬 위험이 크다. 지방선거 등 정치적 요인 때문에 경제를 망치지 않도록 출구전략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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