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여걸(女傑)이 나설 차례다.
쇼트트랙과 함께 한국선수단에 연일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이 여자부 간판 이상화(21ㆍ한국체대)를 앞세워 신바람을 이어갈 태세다.
이상화는 17일(한국시간) 오전 6시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리는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 개인 첫 올림픽 메달이자 한국선수단의 이번 대회 4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여자부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온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상화가 새 역사 쓰기에 출사표를 던진 셈.
느낌은 좋다. 다음날 경기가 열릴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오전훈련을 마친 이상화는 16일 밝은 표정으로 컨디션이 최상임을 알렸다. "캘거리 고지대(1,034m)에서 마지막 훈련을 하다가 이곳(4m)에 오니 아무래도 몸이 가볍다"는 설명. 이승훈(22ㆍ한국체대)의 아시아 장거리(남자 5,000m) 사상 첫 메달(은메달)과 모태범(21ㆍ한국체대)의 한국 빙속 사상 첫 금메달(남자 500m)로 대표팀 전체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도 큰 힘이다.
한 번도 열린 적 없던 문을 열어야 하는 이상화로서는 앞선 동료들의 쾌거가 든든하기만 하다. 이상화는 "이승훈과 모태범의 경기를 보고 가슴이 너무 떨려 거의 울 뻔했다"면서 "나도 만약 메달을 따면 눈물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3위 이상화는 500m 세계기록(37초00) 보유자 예니 볼프(31ㆍ독일), 최고기록 37초02의 왕베이싱(25ㆍ중국)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상화의 최고기록은 37초24. 이상화는 지난달 일본에서 끝난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500m, 1,000m 각각 두 차례 레이스 합산으로 순위 확정)에서 한국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탄 상황. 막판 캘거리 전지훈련과 밴쿠버 입성 후 반복된 훈련에서 스타트 보완에 총력을 다한 만큼 동메달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6년 토리노대회에 17세의 나이로 출전, 동메달로 착각했다가 5위를 확인한 뒤 왈칵 눈물을 쏟았던 이상화. 4년이 흐른 지금, 그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1차 레이스에서 아웃코스가 편하다"는 이상화는 바람대로 아웃코스에 배정됐고, 최강자 볼프와 한 조에서 출발하게 됐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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