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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래도 미국에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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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래도 미국에서 배워야

입력
2010.02.1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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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금융위기에 허둥대는 미국을 보면 어떻게 이런 나라가 지금까지 세계를 이끌어 왔을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나라밖 사람들이 이렇게 미국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이치로 미국인들조차도 자신의 나라에 대해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오바마 정부가 의료개혁을 놓고 헤매는 것도 미국인들의 자신감 결여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지난 40년간 아시아 국가들이 이룬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바라보면서, 자신들이 고수해 온 미국적 가치관에 대해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의심 받는 민주적 자본주의

특히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기 침체로부터 신속하게 회복하자 미국 조야는 미국 경제를 소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아시아에서 찾으려 애쓰고 있다. 즉 동쪽에서 배우자는 것이다. 물론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회복의 경험은 미국에게 어느 정도 교훈을 줄 수는 있겠다.

오늘날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룬 성공의 이면에는 국가자본주의(national capitalism)가 버티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업종을 선별해 대폭 지원하는 등 국가주도 경제 시스템을 통해 세계 최고의 부국으로 우뚝 섰다. 중국도 비슷하다. 강력한 국가주도 자본주의가 글로벌 경쟁력이자 작금의 경제위기 극복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주의 서구체제보다 동아시아 식 국가주도 자본주의가 더 우수하다는 시각도 등장한다. 실제로 중국이 거대경제력에 힘입어 강력한 경쟁국으로 떠오르자 미국 지식인들조차 시장민주주의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제3세계 국가들에게조차 민주적 자본주의보다 국가주도 자본주의가 더 괜찮은 시스템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태를 좀더 냉정하고 정확하게 봐야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놀라운 성공은 일찍이 미국이 주창한 시장주의와 인권,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거칠게 보자면 이들 국가의 성공은 싫든 좋든 미국적 가치를 각 나라 실정에 맞춰 적절하게 수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 싱가포르의 경우 근면한 국민성, 관료들의 충성심 등이 뒷받침되긴 했지만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의 실질적 원천은 시장에서 살아 남은 민간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내다 판 수출품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또 다른 성과는 경제적 성장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 왔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압축성장을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풍요로운 민주주의(full democracy)를 누리는 나라가 됐으며 그 뒤를 대만 인도네시아 등이 잇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서 의문시되는 나라가 중국이다. 물론 중국의 권력층은 현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미래는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민주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는 중국 지배층이 하루가 다르게 깨어가는 13억 인민의 힘을 누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주도 자본주의의 맹점

따라서 지금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많은 국가의 지도자들은 중국을 부러워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비틀거리는 미국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식 경제성장의 비결은 바로 미국식 시장경제의 모방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들의 최종 목적지는 국가 주도 자본주의가 아니라 미국이 오랫동안 주창해 온 민주적 자본주의(democratic capitalism)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 의문시되고 있는 시장경제가 바로 성공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뿌리라는 것이다. 비록 민주적 자본주의가 작금의 경제위기를 맞아 비틀거린다고 해서, 중국식 국가 주도 자본주의를 훌륭하고 또 효과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김동률 KDI 연구위원ㆍ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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