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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MB 정권의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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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MB 정권의 지배구조

입력
2010.02.1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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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몹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대통령 당선 후 처음 참석한 이 포럼에서 올해 G 20 정상회의 개최국 지도자로서 주빈 대접을 받으며 '국제사회에서 가능성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직접 보고 들은 까닭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참석자들의 호감과 기대도 한몫 했을 법하다.

이-박 파트너십이 현정부 기초

이 대통령은 귀국 후 최근까지 주요 행사와 연설에서 다보스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다보스에 가보니 세상이 급속하게 변하는 것과 함께 한국이 과거 규칙을 따라가던 나라(rule-taker)에서 규칙을 만드는 나라(rule-maker)로 변모했음을 확연히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국은 이제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로서 새롭고 균형 있는 국제질서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고용 없는 성장'등 범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며 미래를 선점하려는 문명사적 흐름을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엊그제 설 특별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이런 뜻을 한층 감성적으로 전달했다. 한국의 위기관리능력과 성공모델이 세계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게 한 국민의 인내와 저력에 감사하고, 협력 속에 경쟁하고 함께 승자가 되는 지구공동체 시대의'윈-윈 패러다임'을 강조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하면서 세계가 공감하는 인식과 실천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우리가 결코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이 다보스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반복해 언급한 바탕엔 세종시 문제가 넓게 자리잡고 있다. 지속 가능한 생존과 발전을 위해 지역과 국가를 뛰어넘는 공존ㆍ공조 전략을 모색하는 지구사적 전환기에, 세종시 원안을 붙들고 집안싸움과 정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는 표현이다.'소명의식'으로 무장한 대통령은 세계의 지도자들로부터 'super busy'란 말을 들을 정도로 위기 극복과 미래 준비를 위해 입이 부르트도록 바쁘게 뛰고 있는데, 그 진정성을 왜 몰라주느냐는 섭섭함도 숨기지 않는다.

사실 국제사회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보다 더 큰 호감을 사는 인사다. 매사 소탈하고 긍정적이며 정력적인 그에게 오바마 대통령은 유례없는 최상급의 신뢰감을 표시했으며 G20을 비롯한 여타 주요국 지도자들도 시원시원하고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그의 언행에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오랜 CEO 경험에서 축적한 자산일 것이다.

그런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더 큰 대한민국을 그려보자는 양심 혹은 백년대계적 제안은 그로선 쉽게 포기할 사안이 아니다. 마음 같아선 되레 낡고 과거지향적 사고에 사로잡혀 정치공학적으로 판단하는 세력과 아마겟돈 대결을 벌이고 싶은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 대통령이 잠시 멈춰 생각할 것이 있다. '주식회사 MB 정권'을 만들 때 주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내세운 정관과 약속이다. 앞뒤 모르는 총리는 국가대사가 정치적 약속보다 중요하다고 허공에 대고 떠들지만, 이 정권이 파트너십에 의해 설립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 대통령이 거둔 500여만 표 차의 승리가 본인만의 성취가 아님은 한나라당의 복잡한 지배구조나, '친박연대'라는 파행적 정당이 이름만 바꾼 채 지금껏 존속하는 것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과거 수 차례 있었던 얼치기 연립정권과는 뿌리나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대주주 인정이 세종 해법 전제

다양한 정치적 맥락과 정책적 함의가 깔린 세종시 문제는 이 파트너십을 이어주는 핵심 고리 중의 하나다. 어느 한 쪽이 이것을 깨거나 변형시키려면 대주주의 양해를 구하거나 주주연합을 파기해야 한다. 전자는 시기를 놓쳤고 후자는 겁나는 일이다. 그렇다면 엄존하는 정권의 지배구조를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선악 이분법을 넘어선 진정한 MB식 실용주의이자, 진로와 퇴로를 찾는 길이다.

이 대통령이 다보스에서 깊은 인상을 받던 시기에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은 생태ㆍ환경ㆍ균형을 주제로 한 '다른 세계'를 외쳤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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