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다가왔음을 책을 보고 실감한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의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주 신간만 4권이다. 선거 90일 전부터는 출판기념회를 못하게 돼 있으니 3월까지는 이런 책들이 봇물을 이룰 것이 분명하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늘 그랬다. 출마하려는 사람은 책을 내서 인지도를 높이려 한다. 출판사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일정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런 책들이 대체로 신통하지 않았다. 선거용 1회성 쓰레기에 가까운 것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책들을 보니 달라졌다. 선거를 앞두고 급히 만들었거나 선거 유세 팸플릿처럼 보이는 책도 있지만, 세련되고 알찬 책이 눈에 띈다. 자신의 인간적 면과 정치철학, 정책 등을 담아 설득력 있게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예컨대 김어준, 진중권, 홍세화 등 진보 지식인 9명이 진보신당의 서울시장 후보 노회찬 의원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진보의 재탄생> (꾸리에 발행)은 노 의원을 ‘취조’하다시피 하면서 진보가 나아갈 길을 묻는다. 역시 서울시장을 꿈꾸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블로거 원희룡> (삼조출판사 발행)은 그가 6년 간 블로그에 쓴 글과 댓글을 묶었는데, 악플도 그대로 실어 ‘소통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블로거> 진보의>
선거철 정치인들의 책이 이처럼 달라진 것은 대충 내놨다간 망신만 한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고 출판인들은 말한다. 인터넷 발달로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실시간으로 드러나고 평가받게 된 영향도 크다. 바람직한 변화다. 기왕이면 선거 끝난 뒤에도 살아남아 사랑받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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