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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바람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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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바람의 가족

입력
2010.02.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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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달의 모퉁이를 돌면 가파른 계단 위에 바람들의 낮은 방, 나는 인간의 마을로 돌아갈 날짜를 세며 어둠을 뜯었다 폭풍의 날들은 지루했고 달은 반쪽뿐이었다, 사랑을 잘못 발음하는 어린 남자가 살던 곳, 바람을 마셔 부푼 영혼들의 마을

취한 바람들은 저희들끼리 끌어안았다 길 끝은 장례식장 같았다 창을 열면 기차가 갔다 몸속의 밀입국자들이 기차를 타려고 뛰쳐나갔으나 아내들의 손에 붙잡혀 돌아왔다, 바람이 낳은 자손들의 마을

몸이 부푸는 뜻을 알고 바람을 탈 줄 알게 됐다 바람이 머리칼 헝클면 그러라고, 바람이 치마폭 들춰대면 그러려니, 바람이 자식을 낳으면 그러자고, 바람이 그만 떠나자면 그렇게 따라나설 듯이 바람과 몸 섞고 살아온 생, 바람을 파는 상점들의 마을

마을의 강은 좁디 좁았다

나무배마다 잠든 연인들이 흰 꽃으로 피었다

허덕허덕 꽃잎을 주워먹던 영혼들과

바람을 잡아탄 바람들은 또 일가를 이루려

어딘가로 불어갔다

● TV에서 어떤 젊은이들이 파리 에펠탑에서 종이비행기를 던지면 어디까지 날아갈 것인지 실험하는 모습을 봤어요. 종이비행기는 멀리, 카메라가 잡을 수 없을 만큼 아주 멀리까지 날아갔죠. 바람만 있으면 그렇게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제가 왜 몰랐겠어요. 그럼에도 바람에 둥둥 떠 가는 종이비행기를 보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저게 뭔가? 우리도 바람만 있다면 그렇게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뜻인가? 그럼 그런 바람은 도대체 어딜 가야 만날 수 있다는 것인가? 마음이 비닐봉지처럼 자꾸만 날아가려고 두근두근, 아니 펄럭펄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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