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 이튿날부터 한국 선수단의 선전과 아쉬운 탈락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이승훈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어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는 이정수 선수가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3위를 달리던 이호석ㆍ성시백 선수가 결승선을 코 앞에 두고 메달 색깔 경쟁을 벌이다 넘어져 은ㆍ동메달을 미국 선수들에게 넘겨준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런 장면을 SBS를 통해서만 볼 수 있어 다양한 구도의 화면을 볼 수 없다는 것도 아쉽지만, 시청자들을 더욱 속상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SBS가 독점 중계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KBS와 MBC가 의도적으로 동계올림픽을 외면, 스포츠 뉴스 말미에 마지못해 경기 결과만 간단히 전하는 행태다.
SBS의 중계권 독점은 충분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 등에 가입하지 않고는 직접 지상파로 SBS를 수신하기 어려운 시청자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럴 만하다. 그러나 이런 점을 명색이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MBC가 동계올림픽 경기의 뉴스가치마저 외면할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특집 성격을 띠게 마련인 중계방송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규뉴스 주요 소식으로 다루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다.
과거 같으면 방송 3사가 모두 동계올림픽 경기 중계에 매달려 채널 선택권을 제약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다양한 방송을 볼 수 있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늘 똑같은 '귀성전쟁'을 빼고 설 연휴 기간에 동계올림픽 소식에 앞세울 만한 뉴스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억지로 동계올림픽 소식을 뉴스 맨 뒤로 돌리고, 마지못해 몇 줄 읽고 마는 두 방송의 왜곡된 자세는 공영방송이 아니더라도 지탄 받아 마땅하다.
SBS가 제공하는 2분짜리 뉴스클립이 정말 양이 부족해서 문제가 된다면, 일본 NHK가 자주 하듯 정지화면에 사정설명을 달아서라도 경기소식만은 충실히 전해야 한다. 기분 내킬 때나 공영방송 타령을 해서야 국민이 귀를 기울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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