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해 조성된 경제자유구역이 실제론 국내기업 중심의 지역개발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제자유구역청과 지방자치단체 간 사업주도권 다툼으로 수십 억원대 외자 유치가 무위로 끝난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이 12일 발표한 경제자유구역 운영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청은 외국기업을 위한 국제업무단지는 축소하는 대신 수익성이 높은 아파트나 국내기업 위주의 산업단지 조성에 공을 들였다. 인천 송도지구의 경우 국제업무단지 면적이 당초 계획보다 38%(53만㎡)나 축소된 반면 상업용지는 21%(44만㎡) 확대됐다.
관계법령에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조성된 지역’이라는 규정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인천 청라지구는 외국인을 위한 업무ㆍ교육ㆍ의료시설이 없을 뿐만 아니라 1만5,887세대에 달하는 아파트도 내국인에 분양됐다. 광양만권 역시 외국인 정주시설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개발되는 등 다른 지역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사업권을 둘러싼 지자체와 경제자유구역청간 갈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천시는 지난해 5월 영국 회사에 인천 영종지구 개발사업권을 줬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이미 2개월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미국 병원을 유치해 메디시티로 개발하겠다고 지식경제부에 승인 요청한 곳이었다. 또 인천청이 2006년부터 레저단지로 개발 추진 중이던 청라지구는 인천시가 로봇랜드 조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바람에 외국기업이 당초 약속한 투자액 72억원도 물거품이 됐다.
전남도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에 충원한 직원 248명 중 110명(44%)이 지자체 공무원일 정도로 외자 유치를 위한 인력 전문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2008년 3월에 꾸린 유관기관 협의회도 2년 가까이 워크숍 등 명목으로 다섯 차례만 열리는 등 겉돌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03년 경제자유구역 출범 이후 FDI(외국인직접투자) 도착액은 15억 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외자유치 양해각서 체결 총액(103억 달러)의 14%에 불과한 액수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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