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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도요타와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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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도요타와 갈라파고스

입력
2010.02.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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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의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1,000km 떨어진 동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는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준 섬이다. 비글호를 타고 1835년 이곳에 도착한 다윈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부리의 모습이 변한 13종의 핀치를 만났다. 육지에서 격리된 덕분에 진화의 비밀을 그대로 간직한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이 발견을 토대로 다윈은 24년 후인 1859년 <종의 기원> 을 발간,'자연선택'이 진화의 원동력임을 밝힌다. 갈라파고스로 인해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동물의 세계로 추방되는 순간이었다.

▦ 이 같은 역사와 명성을 가진 갈라파고스가 최근 고립 폐쇄 등을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가 일본 휴대폰업체를 향해'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부터다. 갈라파고스 생태계처럼, 세계 시장의 추세와 동떨어진 채 자신들만의 표준만 좇아 고립을 자초했다는 뜻이다. 다윈으로 유명해진 갈라파고스가 점차 육지와 빈번하게 교류하면서 면역력 약한 고유 생물종이 외래종에 밀려 대부분 멸종 또는 멸종위기에 처했듯이, 시장의 요구나 기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영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 도요타 리콜 파문이 미래 성장동력인 하이브리드카로 확산되면서 '갈라파고스 신드롬'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일부에선 '잘라파고스(Japan+Galapagos)'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세계 1위의 자만심으로 성장제일주의와 비용 절감에만 몰입한 채 차량결함을 지적하는 소비자의 소리에 귀 닫다가 치명적인 신뢰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도요타가 가진 기술력을 집대성한'3세대 프리우스의 작은 브레이크 오작동을 소홀히 하다가 50여년간 쌓아온 '품질ㆍ안전 신화'를 한 순간에 날려버린 꼴이다. 역진화 또는 역주행이라고 할 만도 하다.

▦ 흥미로운 것은 미국 언론의 도요타 때리기가 지나치다며 그 의도와 배경을 의심하던 일본언론들이 도요타 등의 경영실패 원인을 "비판 자체가 금지되던 에도시대의 번(藩ㆍ지방영지) 같은 체질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막강한'도요타번'의 영주 주변에 예스맨만 흘러 넘쳤고, 광고에 목매단 언론 역시 무비판으로 일관했음을 꼬집은 것이다. 바다 대신 예스맨들이 둘러쌌을 뿐, 도요타번은 육지 속 갈라파고스의 다른 이름이었던 셈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기업들도 작은 성취에 도취해 자신만의 갈라파고스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되돌아봐야 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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