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숙적 일본을 상대로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거두고 궁지에서 벗어났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4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0 동아시아연맹선수권 최종전에서 투지 넘치는 경기를 펼친 끝에 일본을 3-1로 꺾었다.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1승이다. 지난 10일 졸전 끝에 중국에 0-3의 치욕적인 완패를 당했던 '허정무호'는 일본전 승리로 '회의론'을 가라앉히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16강 목표를 향해 정진할 수 있게 됐다. 대표팀은 2003년 5월 이후 이어지던 일본전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 사슬을 끊고 역대 전적에서 39승 20무 12패의 우위를 지켰다.
중국전 참패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얻어 맞은 허 감독은 '뚝심의 용병술'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허 감독은 중국전과 크게 달라진 베스트 11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승렬(서울)을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에 내세웠고 김보경(홍익대)과 김재성(포항)을 좌우 날개로 포진시켰다. 신형민(포항)을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켰고, 부상한 이정수(가시마) 대신 강민수(제주)에게 중앙 수비의 중책을 부여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일본의 짜임새 있는 공세에 밀리던 한국은 전반 22분 강민수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엔도 야스히토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한국은 집중력과 투지를 잃지 않고 반격에 나섰고 허 감독이 빼든 '필승 카드'가 잇달아 적중하며 극적인 역전 승부가 펼쳐졌다.
김보경은 전반 32분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쇄도하며 페널티 킥을 유도해냈다. 이동국이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어 승부는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이승렬은 전반 38분 기습적인 중거리포로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상대 문전 25m 지점에서 이승렬이 때린 왼발 슈팅은 나카자와의 등에 맞고 굴절돼 골문에 꽂혔다.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했던 강민수는 전반 41분 프리킥 상황에서 끈질긴 몸싸움을 벌인 끝에 다나카 툴리오의 퇴장을 이끌어내며 실수를 만회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맞은 득점 찬스에서 이동국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며 점수 차를 벌이는데 실패한 한국은 후반 6분 김정우(광주 상무)가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된 후 일본의 거센 추격에 시달렸다. 그러나 후반 25분 김재성이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추가골을 터트리며 일본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2승 1패로 중국(2승 1무)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한 2차 전력 담금짐을 마무리한 '허정무호'는 내달 3일 영국 런던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스파링을 치른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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