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은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기대하는 종목. 100년을 기다린 감동을 안방에 전달할 제갈성렬(40) SBS 해설위원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제갈 위원은 98년 나가노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 대표팀 코치를 거쳐 지금은 춘천시청 감독으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한국 빙속을 짊어질 대들보 중 한 명으로 주목 받다가 끝내 올림픽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스타로도 기억되고 있죠.
동생 같고 조카 같은 대표팀 후배들의 경기를 중계하려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합니다. 제갈 위원은 12일 "15년간 대표 생활을 한 만큼 후배들의 면면을 많이 알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빙판 밖의 인간적인 면모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누구나 다 눈에 밟히지만, 아무래도 (이)규혁이 경기에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뒤이어 덧붙인 말이 귀를 쫑긋하게 합니다.
이번 올림픽이 벌써 5번째 출전인 베테랑 이규혁(32)은 처음 국가대표로 뽑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제갈 위원을 따랐습니다. 당시 제갈 위원은 대학교 1학년. 이후 선수촌에서 방장과 방졸로 고락을 함께한 제갈 위원과 이규혁은 요즘도 하루에 꼭 한 번 이상은 전화나 문자를 나눌 만큼 각별한 사이입니다. 99년 동계아시안게임 좌절 직후에는 개인코치와 제자로도 만났으니 오죽할까요.
"(이)규혁이는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 앞에서 피자 2판을 먹어 치우고, 막내 시절 누구보다 밥을 많이 먹었어요. 단지 남한테 지기 싫어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승부근성이 무시무시한 친구예요." 제갈 위원이 기억하는 이규혁입니다.
올림픽 메달이 없는 이규혁은 이번 대회 남자 500m나 1,000m에서 금메달을 노립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 이규혁의 뒤에는 가장 의지하는 지도자이자 선배, 그리고 친형이나 다름없는 제갈 위원이 있습니다. "분명 될 녀석입니다. 믿어보세요." 중계석에 앉을 제갈 위원도 입술을 깨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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