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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단아한 우리 한복, 예의와 마음가짐의 표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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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단아한 우리 한복, 예의와 마음가짐의 표현이죠

입력
2010.02.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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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은 마음으로 입는 옷이다.

번잡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우리 옷의 고운 맵시를 깨닫기 힘들지만, 모처럼 대 식구가 모여 가족의 소중함과 조상의 생활풍속을 기리는 설이면 단정하게 여민 치마저고리며 두루마기의 담백한 멋스러움이 새삼 마음에 닿는다.

한복 제대로 입는 법과 한복 차림에 어울리는 예법을 소개한다.

김혜순 한복디자이너는 "한복을 입는 것은 마음가짐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공직에 있던 사람들이 퇴임할 때 '옷을 벗는다'고 하잖아요. 옷에는 무거운 책임의식과 바른 정신이 표현돼있다는 뜻이에요. 천방지축 꼬마들도 빨강 댕기를 물려 새앙머리를 땋고 한복을 곱게 입히면 발걸음이 조신해지듯이 한복은 그 자체로 전통문화의 은은한 격조가 살아있는 옷입니다. 그만큼 예의를 갖춰 입고 행동해야지요."

우리 옷에서 여성복은 치마와 저고리가 기본이다. 화려한 금박 물림보다는 원단 자체의 아름다운 색조를 살리고 옷고름으로 포인트를 준다. 고름은 무릎 아래까지 길게 늘이는 것은 구식이고 엉덩이 선이나 그보다 짧게 해서 단정하게 여민다.

치마는 항상 왼손으로 여며 잡는데 이는 뒷 치마자락 중 왼쪽 자락이 위로 덮이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사회에서 치마를 오른쪽으로 여미는 것은 화류계를 뜻한다 해서 배척했다.

한복을 바르게 입기 위해서는 속옷을 잘 입어야 한다. 김씨는 "한복패션쇼에서 보는 옷과 실제 입는 옷과는 달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패티코트. 움직일 때 마다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이 속옷은 겉치장이 화려한 서구 궁정문화에서는 필수품목이었겠지만 한복에는 맵시를 오히려 헤치는 품목이다.

한복 치마의 아름다움은 너무 넓지 않은 단아한 선에 있는 만큼 속치마도 보들보들한 천에 주름을 잡아 소리가 나지 않으면서 여유롭게 흘러내리는 선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속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뛰는 것도 삼가야 한다.

치마 자락이 땅에 끌릴 만큼 긴 것은 단정치 못하다. 신발코가 살짝 보일 정도의 길이가 적당하다. 재단이 길게 됐다면 어깨끈을 조정해서 약간 올려 입는다.

춥다고 한복 위에 서양식 코트를 입는 것보다는 두루마기를 걸치거나 솜을 둔 배자를 곁들이는 것이 제격이다. 액세서리는 간단하게 노리개와 가락지를 곁들이는 정도가 좋으며 귀걸이와 목걸이는 하지 않는다. 꼬마 숙녀들에게는 머리 위에 올리는 뱁씨댕기나 조바위가 앙증맞게 어울린다.

남성복은 바지저고리와 배자, 마고자, 두루마기를 갖춘다. 마고자는 생략해도 좋다. 마고자는 한때 중국에서 들어온 옷이라고 배척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다르다.

김씨는 "고증에 따르면 왕들의 복식도 모두 중국에서 전해진 것이고 마고자는 구한말 대원군이 처음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냥 중국식으로 입은 것이 아니라 우리화해서 변형ㆍ발전시킨 것인데 중국옷이라고 버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다만 간소화 차원에서 배자나 마고자 중 하나를 선택할 수는 있다.

요즘 유행하는 허리띠 배색을 달리하고 자수나 금박을 화려하게 놓은 배자야 말로 오히려 국적불명의 옷이다. 김씨는 "배자는 조선 중기 때부터 입은 옷으로 앞길은 짧고 뒷길은 엉덩이를 덮을 만큼 긴 데다 동정을 달고 제 천으로 허리끈을 둘러서 입었다"면서 "차분한 선비의 옷이 어린애 옷처럼 깡총하고 조악하게 분칠한 옷처럼 변질돼 안타깝다"고 했다.

실내에서라도 바지저고리 차림으로만 있는 것은 실례다. 설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배자나 마고자를 덧입고 차례를 올릴 때는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어야 격식에 맞는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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