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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마닐라' 사라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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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마닐라' 사라질 위기

입력
2010.02.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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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인 만의 장터가 아닌 다문화 소통 공간이다."(필리핀 대사)

"시민에 피해를 주는 불법 노점이라 단속이 불가피하다."(종로구청)

국내 거주 필리핀 노동자들의 메카인 서울 동숭동 '필리핀 장터'가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 종로구가 3월부터 이곳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인데, 필리핀 노동자들이 "유일한 쉼터를 앗아간다"며 강력 반발해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종로구에 따르면 구는 내달 혜화동 58번지 일대인 혜화동성당에서 동성고교 정문에 이르는 100여m 거리에 대한 노점상 특별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이 곳은 노점 영업행위가 금지된 가로정비구역인데 그간 소음, 통행방해, 오물투척 등 필리핀 노점상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돼 왔다.

구 관계자는 "필리핀인들이 차도와 인도를 불법점유하며 노점을 차려 사고 위험과 교통흐름에 큰 방해가 돼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곳은 90년대 후반 혜화동성당에 필리핀 인들을 위한 미사가 마련되면서 자연스럽게 필리핀 물건을 파는 좌판이 생기면서 조성됐다. 미사가 열리는 일요일이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4,000여명의 필리핀인들이 몰려 인근 거리를 가득 메울 정도다.

필리핀 인들은 "타국에서의 외로움과 향수를 달래는 유일한 소통공간"이라며 장터 폐쇄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10년 이상 묵과돼 사실상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곳을 없애려 한다"며 수천명 규모의 항의집회를 준비 중이다.

주한 필리핀 대사까지 나서 구와 중재에 나서고 있다. 루이스 크루즈 대사는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 무조건적인 폐쇄는 또 다른 반발만 야기시킬 뿐"이라며 "노점상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한국을 안내하는 책자에 나올 정도의 명소가 된 곳"이라며 "다문화 사회가 한국 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법의 잣대를 다르게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 충분히 필리핀 노점상에게 '노점행위는 불법'이라고 알린 만큼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필리핀 인이라고 해서 법의 예외를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다문화 사회를 얘기하기 전에 해당 국가의 법을 지키는 것도 외국인들의 책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코리아타임즈=캐시 가르시아기자 cathy@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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