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그룹 대변혁의 시발점이었던 '신경영'을 선언한 것은 지난 1993년.
당시 만해도 세계무대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미미했다. 국내에선 이미 '챔피온'이었지만, 미국에선 저가매장에서조차 2,3류 취급 받기 일쑤였다.
그로부터 10여년. 지금 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플레이어'가 됐다. 이 짧은 시기에 이렇게 변할 수 있을 줄은, '무적' 소니까지 압도하게 될 줄은 삼성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금융에서는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일까. 삼성전자 혹은 LG전자 현대차 포스코처럼 국내 금융기관들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IB)들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잘 준비하고, 전략만 잘 짜면 한국 금융도 얼마든지 신화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지금 선진 금융기관들의 공백상태이지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부 수습에 바쁜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이 다시 아시아로 돌아오기 전에, 우리가 나가서 터전을 닦고 체력을 길러 놓아야 합니다."
박 사장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우리나라 금융도 꽤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0여년간 IMF사태,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3차례의 위기를 넘기면서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소비자도, 감독당국도 모두 강해졌다고 봐요. 그리고 앞으로도 도전을 하면 할수록, 경쟁을 하면 할수록 우리 금융은 더 강해질 것으로 믿습니다."
물론 하루 아침에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처럼 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금융기관과 정부당국이 머리를 맞댄다면, 그리고 국내 금융기관들끼리도 무작정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때론 해외시장에서 국제IB와 맞서기 위해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공동전선을 구축한다면, 특히 리딩(선도) 금융기관들끼리 국제무대에서 공조를 모색한다면 얼마든지 가시적 성과를 거둬나갈 수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시장공략도 마찬가지. 박 사장은 "일단은 아시아 시장부터 착실하게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8월 철저한 현지화 전략 원칙 하에 홍콩현지법인을 새롭게 출범시키며, 아시아 중심의 경제 재편에 대비한 글로벌 거점으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 점에서 박 사장은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난 1년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결론은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견.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에 의존하는 비즈니스모델로는 중장기적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증권은 현재 IB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IB부문을 키우는 것이 브로커리지나 자산관리 같은 리테일(소매금융)부문을 희생시키는 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IB와 리테일은 서로 칸막이를 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상생관계로 봐야 해요. 리테일 기반이 강해야 IB를 받쳐줄 수 있고, IB가 차별화된 금융상품을 공급하는 제조공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투자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금융의 패러다임은 저축에서 투자로, 그 중에서도 실물투자에서 금융투자로 바뀌는 상황. 이런 급변하는 환경하에서 금융기관은 무엇보다 '솔루션'역할을 해야 한다고 박 사장은 거듭 강조했다. "결국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해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등 솔루션을 제공하는 금융기관만이 신뢰를 얻고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만약 지금 1억원을 투자한다면?
"올해는 투자자산을 국내 주식, 해외주식, 채권, 원자재 등으로 분산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를 줄 계획이다.
우선 국내 주식의 경우 대형주 위주의 인덱스 펀드가 유망해 보인다. 40%(4,000만원)를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겠다. 25%(2,500만원)는 해외 주식형 펀드로 중국에 투자할 생각이다. 10%(1,000만원)는 대안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원자재 관련 상품이나 주가연계증권(ELS)이 좋겠다.
나머지 25%(2,500만원)는 금리인상 시 장기채 위주로 채권에 투자하겠다. 장기채 금리는 이미 시장에서 금리인상 요인이 반영돼있기 때문에, 실제 금리인상 단행시 투자해볼 만하다."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정리=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