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우리의 다가구주택. 허리를 굽힌 채 안으로 들어가자 합판으로 방과 부엌을 구분한 어두컴컴하고 찬 바람이 들이치는 반지하 단칸방이 나왔다.
때마침 미술공부를 하고 있던 최주락(11)양은 내고장사랑운동본부 직원들이 집수리 자재들을 마당에 쌓아놓자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설 맞이 사랑나눔'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설명을 듣고 주락이는 "정말이에요"라고 놀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주락이는 7살 때부터 큰 이모 이재숙(41)씨와 단둘이 산다. 아빠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집에 올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주락이는 그 때부터 심한 불안증에 시달렸다. 화장실에 갈 때도 이모 손을 놓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큰 이모'란 호칭은 어느새 '엄마'로 변했다.
"남만큼 해주지 못하고, 밖에서는 아이들이 놀리고…가슴이 미어집니다." 이씨의 눈에는 눈물이 금새 가득찼다. 옆에 있던 주락이가 "주락이가 있으니 엄마 힘네"라며 오히려 위로한다.
주락이는 이모와 함께 집 옆 야산에서 채소를 재배해 살아간다. 땅 주인이 개발 전까지 무상으로 내준 곳이다. 상추 오이 가지 깻잎 아욱 등을 키워 마석 5일장에 내다 팔고, 일부는 밥상에 올린다. 겨울에는 그마저도 없어 월 30만원의 정부지원금으로 산다. 설에도 이모와 떡국을 끓여먹는 게 전부다.
하지만 올해 설은 조금 특별하다. 힘든 사연이 알려지면서 한국일보와 국민은행이 함께 펼치는 내 고장 사랑운동의 주거환경개선 대상자로 선정돼 집수리 비용 300만원을 받게 된 것이다. 주락이는 "정말 추웠는데 문도 고치고 장판도 새로 해 새집이 된 것 같다"며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시작된 내 고장 사랑운동에는 17만여 명의 국민과 6,300여 기업, 84개 지자체가 동참했다. 이들의 내 고장 사랑카드 사용액 중 0.2%가 적립돼 조성된 기금 4억118만원이 장학금과 소외이웃 돕기로 이미 지원됐으며 이번 설을 맞아 추가로 1억3,000만 원이 전국의 불우가정에 전달됐다.
이번 '설 맞이 사랑나눔'에는 많은 어려운 이웃들이 추천됐으며, 이 중 상대적으로 형편이 더 어려운 202 가정을 선정, 의료비ㆍ주거환경개선비와 생계유지비ㆍ양육비ㆍ학자금 등 2개 분야로 나눠 성금을 지급했다. 우선 선정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중 가족성원에 심각한 질병이 있거나 독거노인, 결손아동청소년, 신빈곤층(조손ㆍ다문화ㆍ한부모)이 있는 가정이었다.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은 이날 남양주시청에서 열린 기금 전달식에서 "내 고장 사랑운동이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1년 만에 많은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었다"며 "지원 규모를 더 늘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주=김창훈 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