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장에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약칭 자실) 회원이 되었다. 나는 그해 당선자였다. 선배 시인 두 분이 회비를 받으러 왔었다. 군홧발에 맞서 싸우던 자실을 존경했기에 흔쾌히 상금에서 회비를 내고 회원이 되었다. 자실이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나는 26년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문화예술위원회가 한국작가회의에 '확인서'를 요구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확산된 촛불정국과 관련해서 불법폭력시위 사실이 확인되면 보조금을 반환하고 책임진다는 확인서였다. 그건 말이 확인서이지, 지난 시절 무릎을 꿇리고 쓰게 하던 반성문과 감옥에 오래 가둬놓고 쓰게 하던 전향서와 무엇이 다를까 싶다. 눈에 거슬리면 이젠 당근도 주지 않겠다는 채찍과 또 무엇이 다를까.
궁금해서 알아보니 한국작가회의가 받는 올해 '당근값'은 3,400만원이다. 2,300명 회원 1인당 1만4,000원쯤 지원하는 돈이다.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36년의 정직한 역사를 가진 양심 있는 문학단체에. 한국작가회의는 불법시위를 한 적이 없기에 확인서 제출을 당당히 거부했다. 그 때문에 57호까지 발행한 '내일을 여는 작가' 발간이 어렵게 됐다. 16회째 진행해온 '세계작가와의 대화'도 중단하게 됐다. 이것이 경제규모 세계 13위라는 한국의, 문화예술 정책의 현주소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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