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를 강타한 눈 폭탄이 동계올림픽을 살렸다.
13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밴쿠버동계올림픽은 사이프러스 마운틴의 눈 부족 현상으로 우려를 낳았다. 이상고온 현상에 비까지 내리면서 상당수의 눈이 씻겨 내려갔다. 비상조치로 트럭 300대 분량의 고지대 눈을 경기장으로 옮기는 24시간 수송 작전이 펼쳐졌고, 눈을 잔뜩 실은 헬리콥터가 끊이지 않고 공중을 메웠다. 하지만 인력으로는 역부족. 일각에서는 온난화로 인해 동계올림픽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나왔다.
개막을 이틀 앞둔 11일. 사이프러스 현지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물론 밴쿠버에서 막바지 개막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저주에 휩싸인 듯 녹아 내리던 사이프러스 마운틴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 그것도 눈앞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내리는 함박눈이었다. 사이프러스 마운틴에 눈발이 날리기는 지난달 15일 이후 거의 한 달만. 사이프러스 마운틴 경기장 관계자는 “마침내 기다리던 눈이 왔다. 앞으로 며칠만 더 내린다면 소원이 없겠다”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밴쿠버 메인 프레스 센터의 한 자원봉사자도 “최근 들어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며 반색했다. 대회 운영예산 1조8,000억원 외에 마련해둔 1,160억원의 여유 자금을 눈 수송에 전부 쏟아 부으려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눈 다지기 ‘올인’으로 방향을 바꿨다.
앞으로 관건은 기온. 다가올 며칠간 비 예보가 내려진 가운데 이날처럼 기온이 섭씨 0도를 밑돌아야 골치 아픈 비가 축복의 눈으로 바뀔 수 있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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