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하마평이 나돌면서 한은 총재도 국회 인준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의 역할 및 책임은 물론 주요국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지금껏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해온 관행은 잘못이니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이 최근 이런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정부측인 윤증현 재정경제부 장관도 엊그제 "일리 있다"고 가세함으로써 청문회 도입 문제는 장ㆍ단점을 본격적으로 따져볼 쟁점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은 총재에 대한 국회청문회 절차는 피하거나 거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치 바람에 휘말려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겠지만, 대법관 등 독립성이 생명인 사법부의 수장들도 모두 청문회를 거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대부분의 인사 청문회가 그랬듯이 후보자의 자질이나 정책 검증보다 비리 캐기나 흠집 내기로 변질될 것을 겁낼 수도 있으나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에 다름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달 연임에 성공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은 좋은 사례가 된다. 지난해 8월 연임 지명을 받은 그는 금융위기 발생ㆍ수습과정의 책임과 공과에 대한 다양한 여론 수렴, 혹독한 의회 청문회를 거치는 데 5개월 이상 걸렸다. 종종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Fed 의장의 위상을 감안한다고 해도 한은 총재의 역할 중요성을 낮춰볼 이유는 전혀 없다.
윤 장관의 말처럼 청문회가 개인의 허물을 집중 부각하고 폭로하는 한탕주의로 흐르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그렇다고 도덕성과 이념성향 등은 제쳐두고 정책과 자질 검증에 한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팽창 지향의 정부를 견제할 한은 총재라면 당연히 능력과 성향, 윤리 등 총체적 측면을 살펴야 한다. '초딩'수준의 의원들은 뺀다는 것을 전제로, 한은 총재 청문회를 도입한다면 이번부터 하는 것이 옳다. 최근 나도는 대통령 측근인사의 기용설 때문에 여당이 주춤거린다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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