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부인과의 무분별한 낙태수술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래서인지 산부인과를 드나드는 젊은 여성을 보는 눈길이 여전히 곱지 않다. 하지만 막연한 거부감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망설였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청소년기부터 산부인과 검진 받아야
사춘기 때 잘 생기는 월경장애는 생식기관을 포함한 다른 기관의 이상을 암시하는 신호탄이다. 청소년기에 발생한 생리 이상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잘못 치료하면 치료시기를 놓쳐 어른이 된 뒤에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이상이 생기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최두석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선입견으로 인해 사춘기ㆍ미혼 여성들이 조기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방치하면 결혼한 뒤 불임과 유산, 부인암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춘기에 가장 흔한 산부인과 질환은 비정상 자궁 출혈, 무월경, 월경곤란증(월경통) 등과 같은 월경 관련 질환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소아군(0~9세)에서는 감염성질환인 질염이, 사춘기군(10~20세)에서는 비정상자궁출혈과 무월경, 월경통이, 미혼 여성군(21~30세)에서는 무월경과 골반 내 종양, 비정상 자궁출혈, 월경통이 많이 발생한다.
미혼 여성에게 흔한 비정상 자궁출혈
젊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질환은 비정상 자궁출혈이다. 골반 내 문제나 전신성 질환이 원인이 아니라 자궁 자체의 문제로 출혈이 생기는 경우다. 증상은 생리 전 증상이 없고 예측이 불가능한 무배란성 출혈과, 규칙적이고 생리 전 증상을 동반하는 배란성 출혈로 구분한다. 무배란성 출혈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초경 직후와 폐경 직전에 많이 생긴다. 이때에는 자궁내막의 조절기능이 없거나 떨어져 내막이 불안정하게 증식돼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 이전에는 염증과 외상, 이물질 삽입, 요로탈출증, 종양 등이 원인이므로 출혈이 있으면 양과 기간에 관계없이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반면 사춘기 여학생들의 비정상적인 출혈은 95% 정도가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의 미성숙이 원인이다.
이 밖에 혈액응고 장애, 외상, 감염 등도 원인일 수 있으므로 호르몬과 혈액응고 검사를 통해 질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비정상 자궁 출혈이 발생하면 점차 생리량과 기간이 늘어나 빈혈이 생기므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6개월 이상 생리 안 하면 무월경
무월경은 1차성 무월경(생리를 한 번도 하지 않는 경우)과 2차성 무월경(생리를 하다 하지 않는 경우)이 있다. 19세가 넘어도 생리가 없으면 염색체나 생식기에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다. 특히 자궁과 질이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으며, 신체검사와 초음파검사, 염색체검사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통증을 느끼고 하복부가 혹처럼 부르면 처녀막이 질 입구를 막아 생리혈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에는 처녀막을 잘라 생리혈을 배출하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온다.
2차성 무월경은 생리를 정상적으로 했던 여성이 6개월 이상 생리를 하지 않거나 보통 생리 주기의 3배가 되는 기간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배란 이상이 원인일 경우가 가장 많다. 배란 이상이면 만성적인 난포호르몬이 자궁내막의 증식을 자극해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난포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생리가 없을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조기 난소기능부전(조기 폐경)이나 시상하부 뇌하수체 기능부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심한 운동이나 다이어트로 인해서 갑자기 체중이 감소하면서 무월경이 오는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다시 체중을 늘리면 생리가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젊은 여성들에게 난포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골증이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늘어나면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생리가 있어야 할 때 없는 것은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리는 전조증상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심한 생리통 치료해야
대부분의 여성은 생리통을 참을 수밖에 없는 월례 행사쯤으로 여긴다. 생리 때 진통제를 먹기 시작하면 몸에 이상이 오거나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 며칠씩 통증으로 고생하며 아무 일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통증을 견디기 힘들면 진통제를 복용해도 무방하다.
생리통은 크게 1차성과 2차성으로 나눌 수 있다. 1차성 생리통은 특별한 원인(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염증, 난소 혹, 골반염증 등) 없이 생리 때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자궁수축을 일으켜 생기는 통증이다. 보통 초경 후 배란 주기가 시작되면서 생리통이 생긴다. 주기는 2~3일 정도 지속되며 간혹 구역질과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우면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생리 시작과 동시에 바로 프로스타글란딘 생성 억제제를 2~3일 투여하면 통증이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이런 약은 생리 때 2~3일만 먹기 때문에 중독성은 없다. 다만 약 자체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개인별로 적합한 약을 선택하기 위해 몇 달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2차성 생리통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염증, 난소 혹, 골반염증 등의 질환에 의해 생리통이 생기는 경우로,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생리통이 사라진다. 나이가 들어서 생리통이 생긴 경우, 생리가 시작되기 2일 이전부터 통증이 시작되는 경우에는 2차성 생리통을 의심할 수 있다.
사춘기 이전 여자아이는 질염 조심해야
질염은 15세 미만의 소녀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배변 후 뒷처리 습관이 주원인이다. 배변 후 항문에서 앞쪽으로 뒤처리할 때 대변에 있는 균이 질에 감염되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아이는 애초부터 항문에서 뒤쪽으로 뒤처리를 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꼭 맞는 속옷이나 청바지 등도 균의 번식을 도울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질 분비물에서 악취가 나면서 가려우면 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성접촉 없이 질염이 발생했다면 처녀막을 손상시키지 않고 질 내에서 분비물을 채취해 균 배양검사를 거쳐 치료해야 한다. 질염을 방치했다가는 골반염증으로 이어져 난관 손상을 일으키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성접촉이 있는 여성이 질염에 걸렸다면 성접촉에 의한 감염과 성병여부를 판단해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질염이 자주 재발하는 경우에는 성 접촉 상대도 동시에 치료해야 완치될 수 있다.
20대 들어서면 골반 내 종양 발생 늘어
특별한 이유 없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하복부가 불쾌하며 특히 누웠을 때 아랫배에 평소에 만져지지 않던 것이 만져지면 골반내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보통은 난소의 양성 종양이지만 자궁내막종(자궁내막증으로 인하여 난소에 생긴 종양) 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병변이 심해지거나 자궁 근종같이 크기가 늘어나 주변 방광을 눌러 빈뇨 등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낭종(생리주기에 따라 배란 후 황체에 의하여 생기는 물혹)이라면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