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 닮은 듯 다르다. 출생지는 할리우드. 반은 인간인 괴생물체의 활동을 다룬다. 블록버스터라는 신분도 공통점. 개봉도 11일 함께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그 결은 천양지차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퍼시 잭슨의 활약상을 화려한 특수효과로 밝게 그려낸다. 반면 늑대인간을 소재로 삼은 '울프맨'은 6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고전적 특수효과로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탐색한다.
'퍼시잭슨'-현대적으로 풀어낸 고전 신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현대 미국으로 불러낸다.
주인공 퍼시(로건 레먼)는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이지만 실은 신의 아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혈육이라 7분 동안 물 속에 있어도 끄떡 없다. 신 중의 신 제우스가 그의 무기인 번개를 도둑 맞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우스는 퍼시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포세이돈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퍼시가 누명을 벗고 신들의 전쟁을 막기 위해 모험에 나서면서 극은 급물살을 탄다.
몇 천 년 묵은 소재를 현대적으로 포장한 화법이 쏠쏠한 재미를 던진다. 제우스와 포세이돈은 청바지를 입고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옥상에서 만나고, 지옥의 신 하데스는 록 스타처럼 가죽 재킷과 가죽바지를 입고 등장한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아들은 날개 달린 스니커즈를 신고 하늘을 활강하고, 퍼시는 아이팟의 거울 같은 뒷면을 이용해 메두사(우마 서먼)에 대적한다.
신화적 공간을 미국의 여러 도시로 옮겨놓은 점도 흥미롭다. 테네시주 내쉬빌의 '짝퉁' 파르테논 신전이 등장하고, 지옥은 로스앤젤레스의 유명한 하얀색 간판 글자 '할리우드'의 뒤쪽으로 설정된다. "지옥은 이뤄지지 않은 꿈과 희망들이 만들어낸 곳"이라는 영화 속 설명은 '꿈의 공장' 할리우드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변주다.
모험영화라고 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없다. 릭 라이어던의 판타지 소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이 원작이다. 그리스 신화를 이제 막 알기 시작한 아이들이 더욱 좋아할 만한 영화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12세 관람 가.
'울프맨'-고전미 강조한 서양 전설
'울프맨'은 늑대인간이라는 오래된 서양 전설과 동명의 1941년작 고전영화를 밑그림 삼았다. 21세기 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아날로그 색채가 강한 고전적 스릴러를 연출해낸다.
19세기 영국이 배경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로렌스(베니치오 델 토로)는 미국으로 떠나 배우로 성공한다. 어느 날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고향을 찾으나 흉측하게 훼손된 형의 시체를 마주하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가 마을을 공포 속으로 밀어 넣고, 로렌스는 괴수를 쫓다 부상을 입는다. 이윽고 보름달이 뜬 어느 밤 그는 늑대인간으로 변해 대지를 피로 적신다.
영화는 산업혁명이 끝나가는 런던에서 '인간과 짐승의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심각한 질문으로 인간의 본성을 들추려 한다. 과학과 미신을 대치시키고, 아들 로렌스와 아버지(앤소니 홉킨스)의 운명적 대결을 내세워 그리스 비극과도 같은 처절한 비장미를 전한다. 짐승의 광포한 본능으로 런던 시내를 휘젓는 늑대인간의 폭주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익숙한 소재와 전형적인 연출이 오락성을 반감시킨 것은 아쉽다.
2001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조연상('트래픽')과 2008년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체')을 받은 델 토로, 1992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양들의 침묵')을 받은 앤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쥬라기 공원 3'와 '쥬만지' 등의 존 조스톤 감독. 청소년 관람 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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