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1위로!' 인터넷에서 인디 밴드 와이낫의 '파랑새'를 음원 차트 1위로 만들자는 운동이 진행 중이다.
한 네티즌이 제안한 이 캠페인은 빠른 호응을 얻으며 발표 2년이 지난 '파랑새'를 몇 시간 만에 대형 음원 차트 20위 안에 올렸다. '파랑새'는 신인 그룹 씨엔블루의 '외톨이야'와 표절 시비 중인 곡이다. '외톨이야'의 후렴구가 '파랑새'의 전주와 유사하고, 두 곡의 곡 초반 전개도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캠페인이 일어난 건 표절 시비 때문만은 아니다. 와이낫은 표절 시비가 일어난 후 씨엔블루 측에 "작곡가가 유사성을 인정하고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밝히면 넘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씨엔블루의 소속사 FNC뮤직은 "씨엔블루의 유명세를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라면 책임져야 한다. 표절하려고 했으면 외국의 더 좋은 곡을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기막힌 반전. FNC뮤직은 씨엔블루 데뷔 당시 그들을 "일본에서 2장의 싱글과 100여 회의 공연을 치른 인디 밴드"로 홍보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멤버 중 한 명이 데뷔 전 드라마에 출연했고, 타이틀 곡 '외톨이야'는 기성 작곡가에게 곡을 받았다. 인디 밴드의 '음악성'이란 이미지는 갖고 싶고, 활동은 아이돌처럼 하고 싶은 밴드. 그리고 1998년 데뷔한 인디 밴드를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는 무명 그룹 취급하는 그 밴드의 소속사. 이런 소속사의 태도는 원래 자체 창작과 제작이 중요한 국내 인디 뮤지션의 정의를 데뷔 전 공연 경험과 밴드 형태만 갖추면 되는 것으로 왜곡시키기에 충분하다.
'외톨이야'의 표절 여부는 법정에서 가릴 문제다. 하지만 FNC뮤직이 보인 일련의 태도는 국내 인디 뮤지션들이 1990년대부터 공들여 쌓은 인디 뮤지션의 이미지를 훔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인디 밴드의 신화인 크라잉 넛이 그들의 공연 제목을 '파랑새는 있다'로 명명하고, 인디 밴드 육성에 힘쓴 가수 신해철이 씨엔블루를 "가짜 밴드"라 하며 "씨엔블루가 인디 밴드면 파리도 새다"라고 격하게 반응한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인디 뮤지션들의 상실감과 분노를 보여준다.
그래서, '파랑새를 1위로!' 캠페인은 단지 씨엔블루만이 아닌 주류 음악계에 대한 경고다. 아이돌이 인디 밴드보다 성공하는 것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디 뮤지션이 지난 10년간 쌓은 것마저 빼앗아 가려고 하지는 말자. 그러지 않아도 그들은 충분히 배고프게 음악을 하고 있다. 참고로, 나도 '파랑새' 음원 샀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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