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2년부터 새로운 국가채무 통계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986년 회계기준인 현금주의 방식 대신 2001년 제시된 발생주의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와 선수금, 미지급금, 예금 등이 국가채무에 추가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5.6%인 국가채무 비율은 40% 초반대로 올라갈 전망이다.
정부는 국가채무 규모를 놓고 말이 많아 새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염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G20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75.1%)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이다.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정부는 공기업 빚을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는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공기업 부채를 새 통계기준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국가부채와 공기업 부채는 분명 그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공기업이 국가 재정사업을 떠맡는 일이 허다한데 선진국 정부부채와 단순 비교하면서 재정 상태가 양호하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는 4대강 사업 예산 중 8조원 가량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겼고, 세종시와 혁신도시 입주 기업에 조성 원가보다 싸게 땅을 공급하기로 했다. 공기업이 손실을 입으면 결국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점이다. 1997년 60조원에서 지난해 366조원으로 12년 만에 6배 이상 치솟았다. 국가채무에다 공기업 부채, 국가보증 채무 등을 더한 전체 공공부문 부채는 약 710조원으로, GDP 대비 비율이 127%나 된다.
그런데도 윤 장관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여야 의원들이 국가재정의 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등 3개 법률의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재정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과는 동떨어진 현실인식이다. 국내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갑자기 긴축재정으로 돌아서긴 어렵겠지만, 예산 낭비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불요불급한 사업을 줄여나가야 한다. 공기업 부채 특별관리 대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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