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자동차의 잇단 리콜 사태는 지나친 성장 지상주의와 과도한 원가절감 전략이 빚은 결과다. 급속한 해외 생산능력 확충과 현지화 및 개방형 조달 체제로 인해 도요타의 자랑인 부품업체와의 유기적 협력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경쟁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고객들이 도요타의 수습 능력을 확신하고 있고, 경쟁업체들도 도요타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도요타와 세계 1위를 다투는 폴크스바겐도'2018년 세계 1위'목표를 거듭 확인했다. 당분간 도요타의 패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도요타의 세계 시장 판매는 감소할 것이다. 이미 미국 시장 판매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에서는 오히려 판매가 늘고 있고, 유럽시장도 큰 변화가 없다. 미국 GM의 회생을 노리고 도요타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위기를 과장한다는 주장을 허투루 여길 게 아니다.
1월 도요타의 미국시장 판매는 1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18.2%로 상승했던 점유율도 14.1%로 급락했다. 반면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했던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3% 포인트가 증가해 7.6%로 상승했다. 도요타가 상실한 시장을 가장 많이 획득했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 판매가 급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의 세계시장 판매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년비 46만대가 증가한 463만대를 기록했다. 올해 판매 목표는 539만대다. 도요타의 위기도 2001년 판매가 500만대를 넘어서면서 싹트기 시작했다. 급가속 문제가 가시화한 2002년에 도요타는 2010년 1,000만대 판매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발표했다. 이때 이미 일부에서는 과도한 목표와 해외 생산능력 확충으로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도요타는 잘 나갈 때가 위기이고, 자만을 경계해야 하며,'도요타의 적은 도요타다'라는 교훈과 경구를 간과한 듯하다. 도요타는 2005년 해외 생산능력을 300만대 이상 확충했고, 2007년에는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인 20조원 순익을 달성했으며, 2008년에는 마침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장의 그늘이 바로 리콜 증가다. 도요타는 2005년 리콜이 200만대를 넘어서자 2006년 경영진을 교체하는 처방을 내렸다.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황으로 적자 행진이 지속되자 지난해 다시 최고경영자를 교체하고 구조개편에 착수했으나 품질 결함이라는 복병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도요타는 그 동안 진화를 뒷받침한 '물건 잘 만들기(모노츠쿠리)', 인재 만들기(히토츠쿠리)', '반성(한세이)'등의 기업 문화와 개선 시스템을 활용,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업체들은 더욱 치열한 품질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도요타의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품질경영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 사소한 품질 문제라도 발생하면 제 2의 도요타가 되기 십상이다. 이번 사태를 품질 향상의 계기로 삼아야만 우리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품질은 근로자의 손끝과 마음에서 나온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합심하여 품질경영에 매진해야 세계 최고의 품질과 안전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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