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삼일공고 축구팀이 전국 대회 참가 도중 살인범 검거에 결정적 기여를 한 데 이어 창단 이후 첫 우승컵까지 거머쥐어 화제다.
12회 백운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 참가한 삼일공고 축구팀 10여명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께 전남 순천시 조례동 숙소 부근의 한 공원에서 달리기 줄넘기 등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공원 근처 횟집 앞에서는 구모(40)씨가 "만나주지 않는다"며 내연녀 신모(48)씨를 흉기로 15 차례나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관들은 김씨를 추적 중이었다.
공원에서 축구팀을 본 경찰관들은 선수들에게 "키 170㎝ 정도에 다소 마른 체형…" 등의 용의자 인상 착의를 알려 주며 "흉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목격하는 대로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선수들은 오후 9시께 공원 근처 골목에서 술에 취한 채 안절부절 못하는 김씨를 발견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선수들은 특히 김씨가 도주하려 하자 주위를 에워싸고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이 덕분인지 삼일공고는 범인 검거 이후 열린 4강전과 결승전에서 모두 승리, 200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전국 대회에서 정상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박금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했다"며 "살인범도 잡고 우승도 한 제자들이 너무나 대견스럽다"고 흐뭇해 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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