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정연설 이후 계속되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초당적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공화당은 8일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에서 열자고 제안했던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한 여야 수뇌 토론회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회담을 제안했을 때만해도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회담의 조건을 놓고 백악관과 날카로운 설전을 벌인 뒤 하루 만에 “불가”로 돌아선 것이다. 공화당은 지난해 상ㆍ하원을 각각 통과한 민주당의 건보개혁안을 백지화해야만 초당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백악관과 민주당은 개혁안이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에릭 캔터 원내부대표는 이날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민이 거부했고, 일자리 창출을 말살하는 법안이 여야 지도부 토론회의 전제라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너 원내대표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토론회에 민주당 법안을 의제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실망했다며 “대통령이 건보개혁에 대한 초당적 협상에 진지함이 결여돼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TV로 생중계될 토론회가 민주당 개혁안을 토대로 이뤄진다면 국민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초당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만 안겨주고 공화당은 들러리만 서는 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대통령은 건보개혁의 대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공화당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으나 민주당 개혁안을 백지화할 의사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은 토론회가 무산되더라고 책임을 공화당에 물어 오바마 대통령의 초당적 행보를 부각시킨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매사추세츠 선거 패배로 상원의 ‘슈퍼 60석’이 붕괴된 상황에서 공화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건보개혁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언론의 지적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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