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의 '일꾼론'과 '강도론' 발언에 대해 민감한 표현을 쓰며 강하게 맞받아친 것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로 이 대통령, 정운찬 총리,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과 대립각을 세운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대통령과 정면 충돌한 적은 없었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초강수를 둔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꾼론'을 비판한 데 이어 강한 톤으로 '강도론'을 반박했다. 박 전 대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으나 그의 발언 내용은 매우 격했다.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춘다"는 이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을 포함해 세종시 수정 추진을 주도한 인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박 전 대표의 강경 발언은 설 연휴 전에 세종시 수정안에 제동을 걸기 위한 '쐐기 박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 등 여권 주류가 설을 앞두고 수정안 홍보에 적극 나서고 국민투표 방안까지 거론하자 반대 의사를 더욱 분명히 밝힌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진영을 겨냥해 거론했던 '강도론'을 다시 꺼내자 불편한 심정을 갖게 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신뢰와 약속'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 이 대통령 발언을 반박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약속을 지키는 당이 되겠다고 했다"며 "국민 뵐 면목이 없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충돌에 대해 '현재권력과 유력한 미래권력 간의 힘겨루기"라는 해석도 있으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벌써 대선 정국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친박계의 결속 다지기 차원에서 볼 수도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4일에 이어 8일에도 친박계 의원 6,7명과 오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정치를 50년, 100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원안 고수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사진=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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