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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변덕날씨는 '엘니뇨 모도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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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변덕날씨는 '엘니뇨 모도키' 탓

입력
2010.02.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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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지구촌 곳곳이 폭설, 혹한, 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상기후가 성격을 바꿔가며 겨울 내내 나타나고 있다.

한 달여 전 서울지역이 100년 만에 눈 기록(25.8cm)을 갈아치우더니 오한일온(五寒一溫) 또는 육한일온(六寒一溫)의 한파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온난한 날씨속에 겨울비가 수도권 등 중부와 남부지역에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내린 비는 10일까지 무려 4일 연속 이어졌다. 기상청 예보로는 11일에도 비 또는 눈이 올 예정이다. 예년에 볼 수 없던 강우현상이다. 강수량에서도 기현상은 확인된다. 1월 20일부터 2월 9일까지 평년(1973~2000년) 19.4mm 였던 강수량이 두 배에 육박하는 33.5mm로 급증했다.

엘리뇨 모도키가 일으키는 심술

올 겨울 날씨가 왜 이렇게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일까. 기상청은 이를 엘니뇨 모도키가 일으키는 심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엘니뇨에'비슷하다'는 의미의 일본어 접미사 모도키(もどきㆍmodoki)가 붙은 단어로 한마디로 '유사 엘니뇨'다.

동태평양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엘니뇨와 달리 중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올라가 붙은 이름이다. 연초의 폭설이나 최근의 겨울비 모두 엘리뇨 모도키가 일으키고 있는 이상현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전 지구적으로 이상고온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엘리뇨는 정작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있다, 없다 논란이 일만큼 사실상 영향이 미미하다. 엘니뇨는 전체 지구대기의 흐름에 이상현상을 미치거나 인접한 남아메리카, 페루 등지에 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엘리뇨 모도키는 올 겨울 우리나라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반도 바로 아래쪽인 필리핀 동부 해역에 강한 열대 고기압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위쪽의 찬 공기 덩어리와 아래쪽의 온난다습한 공기 덩어리 사이에 낀 한반도는 두 세력의 역학관계에 따라 겨울날씨가 냉온탕을 오가고,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왜 엘리뇨보다 영향 클까

엘리뇨모도키 현상이 중태평양 지역에 뚜렷이 두드러진 때는 지난해 12월. 이때 이 해역 해수면온도가 1.2도 올라갔다. 엘니뇨 모도키가 나타나면서 수온 상승으로 저기압이 형성됐고 그 반작용으로 주변지역인 필리핀 동부 해역에 열대고기압이 만들어졌다. 이 고기압은 현재 세력이 커져 일본 남쪽까지 확장됐다.

기상청 기후과학국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필리핀 지역의 열대 고기압의 가장자리 따라 많은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고 있는 반면 북쪽의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은 힘을 펴지 못해 최근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설이 내린 지난달 4일에는 북극에서 쏟아져 내리는 차가운 기류와 남쪽의 다습한 기류가 우리나라 상공에서 충돌, 비 대신 눈이 내렸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또 필리핀지역의 열대 고기압이 시베리아 고기압에 밀려 남쪽으로 위축됐던 지난달에는 이상 한파가 계속됐다. 지난 12월 1일부터 1월 14일까지 최저기온 영하 10℃ 이하인 날은 8.8일로 평년보다 3.4일이나 많았다.

기상청 기후과학국 기후예측과 김지원 연구원은 "엘니뇨 모도키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한지 여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 "엘니뇨 모도키로 인해 앞으로도 과거에 경험할 수 없었던 이상 기후는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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